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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2/뚝딱! 초간단 요리]참치죽

입력 | 2012-04-14 03:00:00

엄마의 사랑이 보글보글… 소화가 절로 힘이 쑥쑥




‘엄마, 나 아파서 조퇴했어.’ 짧은 문자메시지 하나에 책상 위 수북이 쌓인 서류들로 향하던 현주희 씨(45)의 손이 갈 곳을 잃는다. 중학생 딸아이는 시험기간이 다가오면 부쩍 병치레가 잦다. 바쁜 엄마를 봐서 평소에는 김치에 김만 식탁 위에 올려놓아도 투정 없이 밥 잘 먹는 착한 딸이지만, 아플 때는 무엇을 해줘도 뜨는 둥 마는 둥이다.

땅콩죽 콩나물죽 야채죽 깨죽 녹두죽 쇠고기죽…. 현 씨는 여고시절 신경성 위염을 앓았다. 그래서 이름도 다 기억할 수 없는 갖가지 죽들을 밥보다 더 자주 먹었다. 조퇴를 하고 따뜻한 방바닥에 아픈 배를 깔고 앓고 있으면, 부엌에서 똑똑 딱딱 분주한 도마소리가 들려왔다. 도마소리가 멎으면 죽 쟁반을 받쳐 든 어머니가 머리맡에 다가와 앉았다. 갓 쑤어온 따끈따끈한 죽 한 그릇을 다 비우고는 바로 잠이 들곤 했다. 한숨 푹 자고 일어나면 어느새 통증은 사라진 후였다. 그러면 어머니 무릎을 베고 학교에서 있었던 일들을 재잘댔다.

서둘러 퇴근해 집에 도착하니 딸이 혼자 병원에 다녀와 침대에 돌아누워 있다. 이불 밖으로 드러난 야윈 등이 오늘따라 더 고단해 보인다.

“뭐 먹고 싶어?”

대답이 없다. 식탁 위에 어질러진 감기약 봉투를 치우며 저녁 메뉴를 궁리한다. 찬장 문을 여니 참치 캔 하나가 눈에 들어온다. 그래, 저녁은 참치죽이다. 아픈 배를 부여잡고 집으로 돌아오던 소녀를 건강한 어머니로 자라나게 한, 어머니표 죽의 힘. 죽 한 그릇에 내일 아침 다시 씩씩한 발걸음으로 학교로 향할 수 있길 바랐던 어머니의 마음을 이제는 다시 그녀가 담아낸다. 지친 몸을 이끌고 집으로 돌아올 또 다른 가족들의 저녁 식사도 함께 해결이다.

재료 찹쌀 2컵, 참치 2/3캔, 노란 파프리카와 빨간 파프리카 1/3개씩(없으면 야채는 냉장고에 있는 것들로 기호에 따라 적당히 넣자), 참기름 약간, 물과 소금 약간

조리법

1 찹쌀을 씻어 30분 정도 물에 불린다.

2 야채를 잘게 자른 후 참기름을 넣고 볶는다.

3 물을 붓고 약한 불로 저어주면서 끓인다.

4 찹쌀이 어느 정도 익으면 참치를 넣은 후 소금으로 간을 맞춘다.

5 물김치나 김을 곁들여 먹으면 더 맛있다.

죽이 밥보다 더 따뜻하게 기억되는 것은 밥은 한 번 올려놓으면 알아서 끓지만, 죽은 만드는 내내 저어 주어야 하니 만드는 사람의 사랑이 곱절로 녹아들어 있기 때문이다. 조금 귀찮더라도, 이번 주말, 사랑을 담은 죽 한 그릇을 전해보는 것은 어떨까.

도움말·사진 제공=르크루제코리아 김진희 셰프
박희창 기자 rambla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