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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 무성의한 대응…그들도 살인자”

입력 | 2012-04-14 03:00:00

신고 음성녹음 듣고 울분




“살인자만 살인자가 아니다. 그들도(112신고센터 직원) 같은 살인자다.”

조카를 잃은 이모는 입술을 깨물며 울음을 참았다. 하지만 속에서는 피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13일 오후 경기 수원에서 살해된 A 씨(28·여) 유족 5명이 경기지방경찰청 112신고센터를 찾았다. 오후 5시 25분 A 씨의 언니와 형부, 남동생, 이모, 이모부는 굳은 표정으로 센터에 들어섰다. A 씨 부모는 비참하게 죽어간 딸의 목소리를 차마 들을 수 없어 찾지 않았다.

센터에서 음성파일을 2회 반복해서 듣는 동안 내내 유족들은 복받쳐 오르는 분노와 슬픔에 간간이 센터 밖 복도에서도 들릴 만큼 흐느끼기도 했다. 남동생(25)은 이를 악물고 손바닥으로 책상을 두어 차례 내리쳤다.

1시간가량 뒤인 오후 6시 반에 112센터를 나온 이모부 박모 씨(51)는 “다급한 비명소리와 가슴을 쿵쿵 때리는 비명이 반복해서 들리는데 너무나 처절했다”고 말했다. 이어 박 씨는 “응답자들이 ‘부부싸움 같은데’라고 서로 태평하게 대화를 나누던데, 만일 부부싸움이라도 이런 고통스러운 신음소리가 들려오면 나 같으면 출동했을 것 같다”고 경찰을 비난했다.

이모 한모 씨(50)도 “조카는 몸부림치는데 112센터 응답자는 너무나 태연하고 느긋하게 전화를 받고 있었다”며 “무성의한 대응에 가슴이 두 번 무너지고 그들도 같은 살인자”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수원=이성호 기자 starsky@donga.com  
박성민 기자 m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