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고 음성녹음 듣고 울분
“살인자만 살인자가 아니다. 그들도(112신고센터 직원) 같은 살인자다.”
조카를 잃은 이모는 입술을 깨물며 울음을 참았다. 하지만 속에서는 피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13일 오후 경기 수원에서 살해된 A 씨(28·여) 유족 5명이 경기지방경찰청 112신고센터를 찾았다. 오후 5시 25분 A 씨의 언니와 형부, 남동생, 이모, 이모부는 굳은 표정으로 센터에 들어섰다. A 씨 부모는 비참하게 죽어간 딸의 목소리를 차마 들을 수 없어 찾지 않았다.
센터에서 음성파일을 2회 반복해서 듣는 동안 내내 유족들은 복받쳐 오르는 분노와 슬픔에 간간이 센터 밖 복도에서도 들릴 만큼 흐느끼기도 했다. 남동생(25)은 이를 악물고 손바닥으로 책상을 두어 차례 내리쳤다.
이모 한모 씨(50)도 “조카는 몸부림치는데 112센터 응답자는 너무나 태연하고 느긋하게 전화를 받고 있었다”며 “무성의한 대응에 가슴이 두 번 무너지고 그들도 같은 살인자”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수원=이성호 기자 starsky@donga.com
박성민 기자 m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