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싼 다이아몬드 반지며 명품 가방들이 왜 필요해? 허영심 채우려고 결혼하는 거야?”
남자의 통박에 여자가 발끈한다.
“자기 어머니는? 명품 가방도 모자라서 모피 코트까지 필요하대. 아들 결혼으로 한몫 잡겠다는 거 아냐?”
결혼식의 주인공은 신부다. 하지만 막후에서 결혼식을 좌지우지하는 실제 주인공이 따로 있다. 상황에 따라 다르지만 대개는 시어머니다.
그런데 많은 신부들이 결혼식에 들떠 이런 사실을 간과했다가, 시어머니의 마음에 ‘마르지 않는 미움의 우물’을 파는 경우가 많다. 자기 ‘결혼검사’에는 신경을 곤두세우면서도 시어머니 역시 결혼검사를 받아야 한다는 사실을 깜빡해서다.
‘결혼검사’는 학교의 숙제검사나 청소검사처럼, 결혼식에 맞춰 주변 사람들로부터 받게 되는 일종의 점검이다. 신부는 보석 박힌 반지와 핸드백, 예복 같은 것들을, 시어머니 또한 며느리에게서 받은 귀중품들을 검사받아야 한다.
검사를 무난하게 통과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남들만큼’ 갖춰야 한다. 무사통과되면 ‘결혼, 참 잘했어요’란 도장을 받는다.
능력으로 경쟁하는 남자들과 달리, 여자들의 ‘이만큼 사랑받아요’는 보여주기가 쉽지 않다. 반지나 모피, 가방 같은 것들은 그런 필요에 의해 발달한 일종의 소품인 셈이다.
문제는 여자들의 결혼검사가 살벌할 만큼 치열해졌다는 점이다. 꼬리가 개를 흔드는 형국이 되어버렸다. 분수에 넘치는 것들을, 무리를 해서라도 마련해 남들에게 보여줘야 하는 ‘과시 이벤트’로 변질된 셈.
과시란, 결핍을 감추기 위한 덧칠일 뿐이다. 무엇의 결핍일까.
사랑이다. 오래전부터 여자들은 사랑을 통해 자기 존재의 의미를 확인해왔다. 사랑은 여자들의 건강한 자존감을 형성해 주는 기반이다. 확신을 가진 여성은 값비싼 소품을 동원해 남들에게 과시할 이유가 없다. 검사관들의 매서운 혀도 이런 여성들 앞에서는 맥을 추지 못한다.
시어머니가 받는 결혼검사도 마찬가지다. 남편이 채워주지 못한 관심과 사랑을 아들 덕분(며느리)으로 돌려 ‘여전히 소중한 사람’임을 입증받고 싶은 것 아닐까.
한상복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