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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장거리로켓 발사 실패]北, 주민에 대대적 홍보… “패닉상태 빠졌을 것”

입력 | 2012-04-14 03:00:00

중요한 날 ‘불꽃놀이’ 망가져… 엘리트 동요로 리더십 타격
책임자 숙청-권력투쟁 땐 김정은 체제 불안 가중될 듯




“북한은 지금 패닉(공황) 상태일 것이다. 내부적으로 우왕좌왕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정부 당국자가 13일 북한의 장거리로켓 발사가 실패로 판명된 직후 북한의 내부 상황에 대해 내놓은 관측이다. 이 당국자는 북한이 현장에 불러놓은 외신기자들도 모르게 갑자기 발사를 감행한 것에 대해 “발사 시점이나 방식에 이해가 잘 안 되는 점이 많다. 이런 것들이 북한의 내부정세가 불안정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정부는 북한이 앞으로 발사 실패에 따른 책임자 처벌과 숙청에 나서면서 김정은 체제가 더 불안해질 가능성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특히 군부 강경파가 발사 강행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 만큼 이들이 책임 추궁을 받는 과정에서 치열한 권력투쟁이 벌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대북 소식통에 따르면 이영호 인민군 총참모장 등 군부는 외무성의 협상파가 “2·29 북-미 합의 경과를 봐가면서 5월에 발사하자”는 주장에 맞서 4월 발사를 고집해 이를 관철시켰다. 이번 로켓 발사 실패의 책임자로는 박도춘 당 군수담당 비서와 주규창 기계공업부장, 백세봉 제2경제위원장 등이 거론된다.

북한이 대대적으로 선전해온 태양절 기간의 최대 행사가 국제적 망신거리로 끝나버렸다는 점에서 김정은의 리더십에도 타격이 불가피하다. 북한은 그동안 주민들을 상대로 “첫 실용위성의 발사는 선군의 기치 아래 다져온 주체과학의 위력이자 자립적 민족경제의 자랑찬 과시”라고 선전했다. 그러나 강성대국 진입을 선포하는 ‘축포’로서 로켓을 활용하려던 계획은 이제 정권을 후려치는 부메랑으로 되돌아올 수 있다.

로이터통신은 “이번 실패는 너무 커서 북한 엘리트 내 동요는 물론 김정은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하게 만들 수 있다”고 분석했다.

스콧 스나이더 미국 외교협회(CFR) 선임연구원은 “북한에서 가장 중요한 날에 ‘불꽃놀이’가 망가져버린 결과는 앞으로 평양의 리더십에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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