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전/류차이푸 지음·임태홍 한순자 옮김/380쪽·1만8000원·글항아리
저자는 유비의 도원결의는 ‘이익을 위한 대의’를 도모한 패거리 집단의 협소한 윤리일 뿐이며 유비는 이익을 위해서라면 의(義)를 쉽게 저버리는 인물이라고 비판했다. 저자는 1989년 톈안먼 사건과 관련돼 중국에서 쫓겨난 반체제 지식인이다.
그는 중국인이 경전처럼 숭배하는 두 책을 강도 높게 비판한다. 수호전에 대해서는 폭력과 반란을 맹목적으로 숭배하고 있다며 ‘어두운 마음의 지옥에 들어가는 것과 같다’는 점에서 ‘지옥의 문’이라고까지 표현했다.
본문에 나타나는 비판은 노골적이지만 머리 부분에선 독자의 거부감을 줄이기 위한 ‘완충 장치’를 마련했다. 두 소설을 ‘중국 소설 발전의 가장 최종 단계’인 서사예술의 극치로 평가한 것. 이어 저자는 자신이 문제 삼는 것이 문학의 심미적인 부분에 대한 것이 아니라 작품의 문화적인 인식, 즉 윤리와 선(善)에 대한 것임을 거듭 강조했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중국 문인이자 사상가인 루쉰, 영국 철학자 버트런드 러셀 등의 사상과 말을 인용한다.
김성규 기자 kims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