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동·아시아 건설물량 확보 통로 활용
15일 캠코와 건설업계에 따르면 13일 마감한 쌍용건설 매각을 위한 예비입찰에 독일계 M+W그룹과 영국계인 퀀텍, 홍콩의 시온 등 3개사가 참여했다. M+W그룹은 독일에 본사를 둔 첨단 공장설비 시공 전문업체이며 퀀텍은 영국계 석유재벌회사의 자회사, 시온은 홍콩의 부동산 시행사로 알려졌다. 특히 M+W는 올 2월 예비입찰 접수에도 단독 응찰할 만큼 쌍용건설 인수에 상당한 의지를 보이는 것으로 전해졌다.
건설업계 전문가들은 독일 영국 홍콩 등 선진국에서 아시아 건설업체 인수를 저울질하는 것에 대해, 2008년 이후 계속되는 금융위기로 유럽 건설시장이 침체에 빠지자 중동과 아시아 시장에서 돌파구를 찾으려는 시도로 분석한다. 특히 이 지역 시장에서 두각을 드러내는 한국 건설사에 대한 관심이 대단히 높다는 것이다. 두성규 한국건설산업연구원 건설경제연구실장은 “중동과 아시아 건설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고, 국내 건설사들이 현지에서 높은 신뢰를 얻고 있는 점이 매력적으로 평가됐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외국계의 쌍용건설 인수 시도는 2003년 미국계 투기자본인 론스타의 극동건설 인수 때와는 M&A의 성격이 다르다는 관측이 많다. 론스타는 건설업을 육성해 수익을 내기보다는 자산 매각이나 매각 차익 등만을 노리고 극동건설을 매입한 경우다. 실제로 론스타는 극동건설을 인수한 뒤 2007년 웅진그룹에 재매각하면서 7700억 원의 매각 차익을 거둔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쌍용건설 인수업체로 나선 기업들은 외형적으론 투기성 자본과는 거리가 멀다는 분석이 나온다.
○ 국내 업체는 건설경기 침체로 입찰 포기
쌍용건설 매입에 관심을 보였던 국내 업체들이 모두 입찰을 포기한 배경에도 관심이 쏠린다. 올해 초까지만 해도 이랜드그룹을 시작으로 임대주택 전문업체 부영, 기계부품 전문제조업체 일진, 롯데그룹 신격호 회장의 막냇동생인 신준호 회장이 운영하는 푸르밀 등이 쌍용건설 매각입찰 참여 의사를 직·간접적으로 밝혀왔기 때문이다.
건설업계에서는 국내 건설경기 침체가 장기화하면서 건설업에 대한 불투명한 전망이 발목을 잡았을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많다.
쌍용건설 우리사주조합이 최대주주인 캠코(38.75%)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지분(13.58%)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도 부담으로 작용한다. 직원들이 경영권 행사에 걸림돌로 작용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