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는 수술하고, 우린 상처를 아물게 합니다”
병원에 소속된 사회복지사가 입원 환자와 상담하고 있다. 환자는 질병 외에 생길 수 있는 경제문제, 가족문제, 직업문제 등의 고민을 해결하는 데도 사회복지사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서울대병원 제공
권용진 서울대 의대 의료정책실 교수(이하 권), 서울대병원 의료사회복지팀 이영숙 팀장과 함께 병원 내 사회복지팀을 이용할 수 있는 방법을 알아봤다.
▽이진한 기자=병원비를 낼 수 없는 가난한 환자를 도와주는 곳으로만 알고 있는데….
권용진 서울대 의대 의료정책실 교수
▽권=정부 지원을 받는 의료급여 환자뿐만 아니라 치료비를 부담할 능력이 떨어지는 일반 건강보험 환자도 대상이 됩니다. 사회복지사가 환자나 보호자와 상담을 통해 자료 조사를 한 뒤 정부 지원 사업이나 민간지원사업의 대상이 되면 도와줍니다. 지원 대상이 아니라도 실제 어려움을 겪는다면 사회복지사가 다양한 재원이나 서비스를 찾아서 연계해 줍니다.
▽이 팀장=경제적인 문제로 상담을 하는 사람 10명 중 6명은 혜택을 보는 것 같습니다. 간이식 대기 환자가 있었는데 의료급여 1종으로, 정부보조금으로 생활했습니다. 마침 간 기증자가 나타났지만 수술비 2600만 원이 없어서 수술을 못 받을 뻔했습니다. 다행히 의료사회복지사와 상담을 통해 1700만 원 가까운 후원금을 지원받아 무사히 수술을 마쳤죠. 참 보람 있었습니다. 하지만 환자가 스스로 찾아오는 경우는 드물죠. 모르기 때문입니다. 대개 의료팀이 환자를 보다가 우리에게 의뢰해서 상담을 받게 합니다. 전남대병원은 기초생활수급자가 응급실을 찾으면 사회복지사가 직접 찾아가는 시스템을 만들었다고 합니다.
이영숙 서울대병원 의료사회복지팀장
▽이 팀장=실제로 정신과에 입원했던 16세 여학생을 상담했더니 집안에 문제가 많았죠. 아버지의 사업 실패로 부부싸움이 끊이지 않았어요. 그래서 다양한 정부 지원 프로그램을 소개하면서 부모와 상담을 했습니다. 퇴원한 뒤에는 학교에 잘 적응하도록 학교 사회복지사와도 연계해 주었지요. 환자 때문에 힘들어하는 보호자도 상담을 통해 도움을 받을 수 있어요.
▽이 팀장=정신과와 재활의학과 환자의 경우에는 건강보험에 상담료가 책정돼 있어서 본인부담이 8000원 정도입니다. 그 외의 환자에게는 상담료를 받지 않습니다.
▽권=대부분 질환의 경우 완치보다 관리가 더 중요하므로 사회복지사의 역할이 더욱 커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병원의 역할도 달라질 것을 요구받고 있죠. 아픈 데만 고치지 않고 환자의 삶의 질 전체를 높여주는 곳이 돼야 합니다. 특히 홀몸노인의 증가, 다문화사회로의 전환으로 인해 이들이 병원으로 들어오고 사회로 돌아갈 때 효과적인 연계체계가 필요합니다.
▽이 기자=이렇게 좋은 팀이 있는데도 왜 홍보가 제대로 되지 않았을까요?
▽권=돈을 버는 직종이 아니라 병원경영에 도움이 안 된다고 생각하는 거죠. 하지만 좀 더 생각해 보면 형편이 어려운 환자라도 외부 후원금을 통해 진료비를 지불하니 병원에는 오히려 도움이 됩니다. 정책당국자나 병원 경영자들이 병원에 근무하는 사회복지사의 중요성과 업무를 아직은 잘 이해하지 못하는 측면이 있습니다. 그나마 서울대병원은 공공병원이어서 사회복지사가 10여 명 됩니다. 지난해 조사에 따르면 지방의 국립대병원은 많아야 1, 2명이 근무합니다. 홍보를 많이 하면 업무량이 늘고, 그럼 사회복지사를 더 충원해야 하니 경영진으로서는 고민이겠죠.
▽이 팀장=대만은 병원평가기준에다가 100병상마다 1명의 사회복지사를 채용해야 한다는 내용을 넣었습니다. 이 기준대로라면 서울대병원은 1600병상이니까 16명 정도는 있어야 맞습니다. 미국은 그보다 3∼5배는 많은 것 같습니다. 이 정도는 돼야 환자의 삶의 질을 관리하고 퇴원해서도 환자가 사회에 잘 복귀하도록 챙겨주는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인력 충원과 함께 사회복지통합전산망과의 연계도 필요합니다. 병원에서 챙겨준 환자가 퇴원하고 지역사회로 되돌아가면 제대로 질환 관리를 하는지 파악하기 힘듭니다. 사회복지통합전산망이 병원 사회복지팀과 연계되면 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권=병원만 노력한다고 풀릴 문제는 아닙니다. 인력 기준을 강화하고 제대로 상담료를 받을 수 있도록 수가체계를 만들어야 합니다. 최소한 대만 수준으로 사회복지사를 두려면 의료법 시행규칙도 고쳐야겠죠. 정신과와 재활의학과뿐만 아니라 다른 진료과목에서도 상담료를 받을 수 있도록 조정해야 합니다. 병원이 환자의 삶의 질 전체를 향상시키는 데 기여할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이 절실합니다.
▽이 기자=의사 혼자 병원을 운영하는 시대는 지났습니다. 의사 간호사 등 의료진뿐 아니라 사회복지사까지 실질적인 팀이 돼야 합니다. 환자를 진료할 때 전인적으로 접근해야 진정한 의술이라고 생각됩니다. 환자나 보호자가 병원에서 여러 문제로 힘들 때 사회복지사를 찾아본다면 큰 도움을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나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진한 기자·의사 likeda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