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세웅 가톨릭대 의대 서울성모병원 비뇨기과 교수
얼마 전 한 68세 남성이 월요일에 진료실을 찾았다. 주말 저녁부터 갑자기 소변이 한 방울도 나오지 않았다고 했다. 평소 건강하게 지냈으나 6개월 전부터 소변을 시원하게 보지 못했다. 소변 줄기가 가늘어지고 소변을 보고 난 후에도 방광에 소변이 남아 있는 느낌이 들었으나 나이 탓으로만 생각했다.
주말 저녁 친구들과 저녁식사를 하면서 가볍게 소주 한잔 마시고 자다가 일이 생겼다. 소변이 마려워 일어났는데 아무리 애써도 나오지 않았다. 시간이 지나면서 방광에 소변이 꽉 차 아랫배가 빵빵해지면서 통증까지 생겨 일요일 새벽에 어쩔 수 없이 응급실을 찾았다. 그는 월요일 아침 방광 안에다 도뇨관을 넣은 채 진료실로 왔다.
전립샘비대증은 전립샘이 커져 소변이 나오는 길(요도)이 좁아지면서 생긴다. 초기에 치료를 잘 받으면 갑자기 응급실로 실려 가는 일은 막을 수 있다.
증상이 심하지 않으면 우선 약물로 치료한다. 증상이 심하거나 약물 효과가 없을 때는 수술이 필요하다. 최근에는 레이저를 이용한 수술로 환자의 회복 속도가 빨라졌다. 마취의 위험이 큰 고령 환자, 아스피린이나 항응고제를 복용해 출혈의 위험이 높은 심혈관계 질환 환자도 이런 수술로 완치할 수 있다.
응급실로 실려 온 남성은 약물 치료만으로는 소변을 시원하게 보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수술을 권장한다. 수술을 받은 뒤 여섯 달쯤 지나면 소변 줄기가 굵어진다.
비뇨기과 의사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건강 정보가 많은데도 이를 활용하지 못하는 환자가 의외로 많다. 특히 의료 혜택을 받기 어려운 지역의 환자는 비뇨기에 문제가 생겼는데도 치료 시기를 놓치는 사례가 빈번하다. 전립샘비대증을 앓다가 다른 진료과를 찾거나 건강식품에 과도하게 의존하기도 한다.
결국 환자 본인이 자기 증상에 적극적으로 대처할 수밖에 없다. 중년 이후 남성이 소변을 보는 데 조금이라도 불편을 느낀다면 주저하지 말고 비뇨기과 전문의를 찾아야 상태가 악화되는 일을 막을 수 있다.
김세웅 가톨릭대 의대 서울성모병원 비뇨기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