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외 실태-처벌 사례
일러스트레이션 김수진 기자 soojin@donga.com
수원 20대 여성 피살 사건을 계기로 112나 119 장난전화를 엄벌해야 한다는 여론이 커지고 있다. ‘솜방망이 처벌’로 일관하는 한국과 달리 미국 유럽 등 선진국은 장난 전화를 엄하게 처벌하고 있다. 오랜 세월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긴급전화에 대한 거짓 신고는 장난이 아니라 중대 범죄라는 인식이 확고하게 자리 잡았기 때문이다. 경찰이 출동하는 바람에 낭비된 국민세금을 허위로 신고한 사람에게 벌금을 물려 추징하는 것은 물론, 징역형까지 내린다. 청소년이라고 예외는 아니다. 크리스 머피 몽고메리 시 공공안전국장은 “허위 신고에 대해서는 어떤 변명도 용납되지 않는다”며 “조사관은 과거에도 허위신고를 했는지 관련 기록을 샅샅이 뒤진다”고 말했다.
지난해 2월 미 플로리다 주 파스코 시 경찰국은 한 중년 남성을 기소했다. 이 남성은 911로 전화해 “나는 지금 총을 맞았다”고 허위 신고했다. 경찰은 즉각 휴대전화 번호를 추적해 현장에 출동했고 20명의 응급요원도 달려 갔다. 하지만 그는 방안에서 약병과 칼을 옆에 둔 채 잠들어 있었다. 경찰이 깨우자 그는 “8살짜리와 10살짜리 아이에게 칼에 찔려 강도를 당했다”, “뚱뚱한 여자의 칼에 맞았다”며 횡설수설했다. 그는 약물 중독자였다. 법원은 그에게 순찰차 및 앰뷸런스 출동비 등을 감안한 벌금 2000달러(약 226만 원)를 부과했다. 36일간의 구류처분도 함께 내렸다. 케빈 돌 파스코시 경찰 대변인은 “거짓 신고 행위는 긴급한 도움을 필요로 하는 다른 사람에게 돌아갈 서비스를 방해하는 것으로 죄질이 나쁘다”며 “벌금뿐 아니라 인신 구속까지도 감수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파리에서는 여전히 긴급전화(17) 신고 접수 건수 가운데 허위나 장난, 또는 긴급성이 없는 민원 사안이 차지하는 비중이 약 60%에 이를 만큼 많다. 17번으로 걸려오는 전화 중 긴급성이 없거나 단순한 장난 전화, 경찰 업무와 무관한 것은 접수자가 판단해 차단한다. 주 프랑스 한국대사관의 박기선 외사협력관은 “담당 경찰관이 허위 신고를 판단하고 전화를 차단하는 등 주요 대응 절차에 대한 권한이 크다”고 말했다.
일본에서도 경찰 긴급전화(110)에 장난전화를 했다가 체포되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으며 처벌 규정도 엄하다. 사안에 따라 형법상 업무방해죄와 공무집행방해죄를 적용해 최대 징역이나 금고 3년, 벌금 50만 엔(약 700만 원)을 부과하고 있다. 적발률도 거의 100%다. 위치정보시스템을 활용해 일반전화건 휴대전화건 신고 전화가 걸려오면 발신 위치가 자동으로 경찰 상황실 모니터에 표시된다. 문제는 운용이다. 주 일본 한국대사관 이승철 외사협력관은 “일본 경찰은 학생들의 장난 전화나 단발성 거짓 전화에 대해서는 적발해도 대부분 경고나 훈방조치에 그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워싱턴=최영해 특파원 yhchoi65@donga.com
파리=이종훈 특파원 taylor55@donga.com
도쿄=배극인 특파원 bae215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