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김정은은 그제 김일성의 100회 생일을 맞아 평양에서 열린 열병식에서 첫 대중 연설을 하며 ‘전략로켓군’을 공식 거론했다. 로켓 부대를 육해공군에 이어 ‘제4군(軍)’으로 키워 이른바 ‘선군(先軍)조선’의 핵심 전력으로 삼으려는 야심을 드러냈다. 열병식에는 사거리 5000∼6000km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로 추정되는 신형 장거리 미사일이 등장했다. 실패로 끝났지만 13일 발사한 은하3호가 인공위성으로 위장한 장거리 탄도미사일임을 재확인시켜 준다. 북한은 어제 은하3호보다 더 큰 대형 운반 로켓을 개발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북한이 보유한 1000기의 미사일 가운데 한국을 공격할 수 있는 미사일은 사거리 100km대의 KN계열 미사일과 300∼500km 스커드 B, C 미사일 등 700기나 된다. 그런데도 우리 군은 탄도미사일을 요격할 수단이 없다. 이지스함인 세종대왕함은 이번에 북한의 로켓 추적에는 성공했지만 미국과 일본이 보유한 SM-3 미사일이 없어 요격은 불가능했다. 우리 군에는 미사일 방어용 패트리엇(PAC-3) 미사일도 없다.
무방비로 당하지 않으려면 한국군이 북한 미사일에 대한 억제력을 갖춰야 한다. 한국과 미국은 2009년 북한의 광명성 2호 시험 발사 이후 300km 이하로 묶여 있는 탄도미사일 사거리의 연장을 위한 협상을 시작했으나 진전을 보지 못했다. 한국은 사거리 제한을 받지 않는 순항미사일 현무(1500km)를 개발했지만 속도가 탄도미사일의 10분의 1에 불과해 요격당하기 쉬운 데다 탄두 중량이 가벼워 파괴력이 떨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