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m인간탑 서기조차 힘들어… 5m 공중연기는 꿈도 못꿔대표팀 24일 세계선수권 출전, 아르바이트하며 출전비 모아
강호동도 가볍게 솟았대! 어, 어 스턴트 치어리딩 대표팀이 13일 서울 서강대 운동장에서 홍지연 김솔지(위 왼쪽부터) 등 여성 플라이어 2명을 지상 5m 상공까지 던져 올리는 ‘바스켓 토스 앤드 토 터치’를 선보이고 있다.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고지범, 강훈 팀장, 박우람(첫째 줄 왼쪽부터), 은나영(둘째 줄)등 치어리딩 국가대표 선수들과 함께 스턴트 치어리딩 체험을 하고 있는 본보 유근형 기자(위).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국내에서 눈요깃거리로 치부되는 치어리딩은 세계치어리딩연맹(ICU) 가입국만 해도 100개국이 넘는 정식 스포츠다. 한국은 지난해 세계선수권 댄스 부문 힙합 더블에서 첫 금메달을 따냈다. 그중 스턴트 부문은 공중 묘기가 포함돼 치어리딩 중 최고난도를 자랑한다. 13일 서울 서강대 운동장에서 국가대표 스턴트 치어리딩 선수들의 도움을 받아 아찔한 체험에 나섰다.
‘매도 먼저 맞는 것이 낫다’는 생각으로 선수들이 쌓은 2m 높이의 ‘인간탑’ 위에 올라가는 플라이어(Flyer)에 먼저 도전했다. 약 5m까지 날아올라 공중 연기를 펼치는 플라이어는 몸무게가 40kg대 초반인 여성들이 주로 나선다. 몸무게가 그 두 배에 이르는 기자는 점프는 아예 포기했다. 탑 위에 똑바로 서는 것조차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겁을 먹고 땅을 쳐다보다가 중심을 잃기 일쑤였다.
다음으로는 탑을 떠받치는 베이스(Base) 역할이 주어졌다. 근육량이 현저히 떨어지는 기자는 탑의 중심을 떠받치는 메인 베이스가 아닌 탑을 옆에서 지지하는 스포터(Spotter)를 맡았다. 플라이어를 공중에 내던지는 짜릿한 경험을 내심 바랐던 기자에겐 실망스러운 보직이었다.
하지만 이내 스포터의 중요성을 절감해야 했다. 플라이어가 착지하는 충격으로부터 탑을 지키려면 없어선 안 될 존재였다. 내진설계 구조물과 비슷한 역할인 셈이다. 남성 베이스와 스포터들의 팔에는 떨어지는 플라이어를 받다 생긴 시퍼런 멍 자국이 선명했다. 이선화 대한치어리딩협회 이사장은 “목숨을 걸고 서로를 지켜주며 기술을 하나씩 완성해가는 게 스턴트 치어리딩의 매력”이라고 설명했다.
대표팀은 24일 미국 올랜도에서 열리는 세계치어리딩선수권에 출전한다. 변변한 지원이 없어 선수들은 1인당 200만 원에 이르는 출전비를 구하느라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소라 씨(23·명지대 사회체육학과)는 “잠도 아껴가며 아르바이트 2, 3개를 하고 있다. 세계선수권에서 좋은 성적을 낸 뒤 치어리딩 강사가 되는 게 꿈”이라고 말했다.
유근형 기자 noe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