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의 금요일 밤. LG 마무리 투수 리즈는 요즘 유행하는 말로 ‘멘탈 붕괴’에 빠진 것 같았다.
KIA와의 잠실경기 5-5 동점이던 11회초. 마운드에 오른 리즈는 첫 타자 차일목을 2루수 앞 땅볼로 처리한 뒤 4타자 연속 볼넷을 내줬다. 주무기인 직구만 16개를 던졌지만 모두 스트라이크 존을 벗어나는 초유의 일이 벌어졌다. 후속 안치홍에게 변화구로 스트라이크 2개를 꽂은 뒤 4구째 직구를 던지다 안타를 맞고 이상열과 교체됐다. 리즈의 난조 속에 LG는 6-8로 졌다.
리즈의 마무리 전환은 김기태 감독의 야심 찬 카드였다. 뒷문을 강화하기 위해 지난해 선발투수로 11승을 거둔 리즈를 마무리로 돌린 것이다. “역전패의 충격은 보통 패배보다 2∼3배는 된다”는 지론에 따른 것이었다. 리즈가 무너진다는 것은 LG 투수진 운용이 시작부터 엉망이 된다는 걸 의미했다.
LG에는 지난해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6월 17일 SK와의 경기에서 마무리로 나섰던 신인 임찬규가 아웃카운트 한 개를 남겨두고 4타자에게 연속 볼넷을 허용해 역전패한 것이다. LG는 그 경기를 계기로 내리 하락세를 탔고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했다. 리즈의 부활은 그래서 더욱 반갑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