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2TV‘사랑비’
1980년대와 현재를 오가는 애틋한 첫사랑 얘기를 전면에 내세운 KBS 2TV 월화 미니시리즈 ‘사랑비’의 하나(왼쪽·윤아)와 서준(장근석). KBS 제공
이 드라마에선 ‘가을동화’ ‘겨울연가’를 히트시킨 윤석호 PD와 오수연 작가가 다시 뭉쳤다. 한류스타 장근석과 ‘소녀시대’ 윤아, 연기파 배우 이미숙 정진영까지 캐스팅도 화려하다. 일본에는 역대 한국 드라마 중 최고 조건으로 판매됐다. ‘영상의 마술사’로 불리는 윤 PD의 작품인 만큼 화면은 섬세하고 아름답다. 제작진에 현재의 시청률은 다소 가혹하게 느껴질지도 모른다. 무엇이 문제일까.
좋은 재료와 여건에도 불구하고 1980년 20대의 인하(장근석)와 윤희(윤아)의 이야기를 다루는 초반 4부까지의 진부함은 이 드라마의 치명적인 약점이 됐다. 줄거리는 많이 들어본 듯 익숙하다. 캠퍼스를 지나가는 윤희에게 ‘3초 만에’ 사랑에 빠진 인하는 자신의 ‘절친’ 역시 같은 여자를 좋아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속마음을 밝히지 못한다. 인하와 윤희는 우여곡절 끝에 서로에 대한 사랑을 확인하지만 타이밍은 이미 어긋났고, 인하는 모든 것을 정리하고자 군에 자진 입대한다. 그사이 윤희 역시 지병 치료를 위해 미국으로 떠난다.
최근 방영분에서는 배경이 인하, 윤희의 자녀인 서준과 하나의 사랑이 시작된 2012년으로 옮아오면서 시청률이 조금씩 상승하고 있다. 이어 32년이 지나도 서로를 잊지 못하는 50대의 인하(정진영)와 윤희(이미숙)도 재회를 앞두고 있다. 두 사람의 재회를 ‘뻔하지 않게’ 그려내는 것이 앞으로 시청률의 향방을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흑주술’ 판타지가 필요할 만큼 첫사랑 자체가 진부해진 시대다. 첫사랑의 영원성을 그리고 있는 이 드라마가 마지막까지 싸워야 할 것은 그 진부함이다.
구가인 기자 comedy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