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들 저축은행 품긴 했는데…
키움증권은 지난달 말 삼신저축은행 지분 50.5%를 인수해 경영권을 확보했다. 앞서 대신증권이 지난해 6월 중앙부산·부산2·도민저축은행을 패키지로, 현대증권이 지난해 10월 대영저축은행을 각각 인수해 저축은행을 품은 증권사는 3곳으로 늘어났다.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금융지주사와 달리 증권사는 경영환경 개선 등 자체 필요에 따라 저축은행을 인수한 만큼 좀 더 적극적인 영업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3개 증권사 중 키움의 삼신저축은행 인수에 대해 가장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다. 온라인 증권사인 키움이 오프라인 채널을 확보함으로써 그동안 약점으로 지적됐던 자산관리영업을 강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철호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온라인 증권사는 신용공여 자율규제 한도가 자기자본의 100%로 오프라인 증권사(60%)보다 높다”며 “신용공여 한도를 줄이지 않으면서 오프라인을 통한 고객과의 접점을 확보한 셈”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영업을 재개한 ‘대신저축은행’과 ‘현대저축은행’도 기반 다지기에 나서고 있다. 대신저축은행은 업계 최저금리 수준의 아파트담보대출을 내놓았으며 현대저축은행은 강남과 목동 등 서울 요지에 있는 영업점을 활용해 고객 확보에 힘을 쏟고 있다.
하지만 당장 저축은행 인수 효과가 나타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현대저축은행은 지난해 하반기 389억 원의 당기순손실을 보였고 대신저축은행도 같은 기간 54억 원 적자를 냈다. 업계 일각에서는 “업황이 좋지 않은 증권사들이 타개책으로 저축은행 라이선스를 땄지만 아직까지 제대로 된 먹거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금융당국도 증권사의 저축은행 인수가 신용공여 확대로 이어져 개인들의 과도한 주식 투자를 부추길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애널리스트는 “인수 초기 실적 압박에 노출된 증권사들이 산하 저축은행을 통해 주식담보대출 등을 무리하게 늘릴 여지도 있다”고 주장했다.
김철중 기자 tnf@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