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극인 도쿄 특파원
올해로 13년째 일본의 수도 도쿄(東京) 행정을 책임져 온 이시하라 신타로(石原愼太郞) 도쿄도지사가 2000년 4월 9일 육상자위대 창설기념식에서 한 말이다. 삼국인은 조선인과 중국인을 비하하는 말이다. 이시하라 지사의 발언에 많은 재일교포들은 1923년 9월 1일의 악몽을 떠올렸다. 당시 도쿄 일대에서는 10만 명 이상이 목숨을 잃은 간토 대지진이 발생했다. 민심이 극도로 흉흉해지자 일본 정부는 수습책의 일환으로 “조선인이 우물마다 독을 넣었다”는 등의 소문을 퍼뜨렸다. 일본인들의 조선인 사냥이 벌어졌고 남녀노소 6000여 명이 단지 조선인이라는 이유로 학살됐다. 시인 이상화가 피를 토하듯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라고 읊은 것은 이 현장을 목격한 뒤였다.
새누리당 비례대표 후보로 당선된 이자스민 씨를 겨냥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공간에서 ‘제노포비아(외국인 혐오증)’ 공격이 벌어지고 있다는 뉴스에 귀를 의심했다. 세금은 꼬박꼬박 내면서도 여전히 지방참정권을 거부당하고 있는 재일교포들의 설움을 비롯해 차별의 아픈 역사를 겪어온 한국인들이 어느 순간 가해자로 둔갑하는 현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나. 같은 저울에 올릴 성격은 아니겠지만 한국사회 일각의 제노포비아와 이시하라 지사의 망언은 또 어떻게 구분해야 하나.
이 문제는 단순히 국가 경제적인 가치나 손익 관점의 차원을 넘어서는, 어떤 이유로도 존중해야 할 절대 가치의 인권 문제다. 앞으로 대한민국의 자랑스러운 청년으로 자라날 다문화가정 어린이들의 어머니 문제이기도 하다. 이번 사태에 행여나 정치적 음모가 배경에 있다면 이보다 더 큰 재앙은 없다. 최근 수원에서 벌어진 조선족 남성의 살인사건이 외국인 혐오증을 부채질한 측면이 있다고 하지만 이 또한 조선인이나 중국인에 대해 색안경부터 끼고 보자는 ‘이시하라 식’ 발상법과 다름없다. 한국의 ‘이시하라’들은 이 점을 깊이 생각해봐야 한다.
배극인 도쿄 특파원 bae215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