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예의 전당’ 20인 면면은
○ 경제·경영·과학계 인물 다수
명예의 전당에 오른 20인은 경제·경영·과학계 출신이 80%(16명)에 이른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과학과 경제·경영 분야 인물들이 미래 한국 사회를 이끌어갈 중추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는 추천위원들의 의견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경제·경영 분야에서 명예의 전당에 오른 10명 중 이재용 삼성전자 사장과 이부진 호텔신라 대표,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 정태영 현대카드·캐피탈 대표 등 4명은 삼성그룹과 현대자동차그룹 일가에 속한다. 한국 재계의 양대 축인 삼성그룹과 현대차그룹이 앞으로도 한국 경제를 이끌 것이라는 전망이 담겨 있는 선정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자수성가한 기업인은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와 박현주 미래에셋금융그룹 회장,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 등 3명에 그쳤다. 2010∼2012년 3년 연속 선정된 벤처기업인이 드문 것은 국내에서 벤처기업이 지속적으로 성장하기가 그만큼 쉽지 않다는 점을 반영한다.
○ 통섭과 집요함이 성공 비결
명예의 전당 20인은 평범한 원칙을 지키면서도 나름대로의 성공 비결도 갖고 있었다. 이들은 기본적으로 독서를 통해 지식을 축적하면서도 쉽게 포기하지 않는 집요함을 지녔다.
김기문 포스텍 화학과 홍덕석좌교수는 “역사, 철학, 예술 분야를 막론하고 닥치는 대로 읽으면서, 때론 아름다운 화첩(畵帖)을 보면서 연구의 영감을 얻는다”고 말했다. 조국 교수도 “성격이 다른 책 몇 권을 여기저기 놓아두고 동시에 읽어나간다”고 했다. 다양한 지식을 흡수하는 통섭형 학습이 미지의 세계로 나아가는 원동력인 셈이다. 다만 이상엽 KAIST 생명화학공학과 특훈교수는 “원하는 목적을 달성하지 못할 때 실망은 짧게, 그 실망과 좌절을 바로 다음 목적 달성을 위한 동기로 바꿨다”고 답했다. 쉽게 포기하지 않지만 실패한 일에 미련을 두지 않는다는 것이다.
김연아 피겨스케이트 선수는 “어렸을 때부터 점프가 안 되면 울면서라도 될 때까지 해내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이라고 말해 성취 배경에 포기하지 않는 집념이 있음을 내비쳤다. 김해성 지구촌사랑나눔 이사장도 “가장 싫어하는 타입은 ‘안 된다’고 말하는 사람”이라며 “해보지도 않고 무조건 포기하면 무엇을 할 수 있을까라고 항상 자문한다”고 말했다.
또 ‘정체를 죄악이라 생각하고 계속 다음의 로드맵을 만드는 습관이 나를 만들었다’(정태영 대표), ‘자투리 시간이라도 뭔가 유익한 일을 하지 않으면 스스로에게 화가 난다’(김빛내리 서울대 생명과학부 중견석좌교수)는 말은 성공의 일면을 엿볼 수 있게 하는 고백이다.
명예의 전당 20인 중 상당수는 혼자 잘나서 현재의 위치에 오르지 않았다는 점을 분명히 인식하고 있었다. 서정진 회장은 “많은 난관에 부닥치면서 내가 부족하고 한계가 있다는 것을 깨달으면서 주변 사람에게 진정으로 미안하고 고맙다는 마음을 갖게 됐다”며 “이런 마음을 지속적으로 갖는 게 겸손이라는 걸 알게 됐다”고 했다.
특별취재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