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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주-안동서 이틀동안 중학생 잇달아 투신자살

입력 | 2012-04-18 14:26:00

`학교폭력' `학업 스트레스' 고질적 학내 문제가 원인
자살대책·의료진 대도시에 집중…여타 지역은 사각지대




학교 폭력과 학업 압박 때문에 지난 16일과 17일 연이어 바로 옆 도시인 경북 안동과 경북 영주에서 중학생 2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어 충격을 주고 있다.

16일 오전 9시30분 경 경북 영주에서 중학교 2학년생 이모(14) 군이 같은 반 학생들로부터 괴롭힘을 당해 살고 싶지 않다는 유서를 남기고 아파트에서 뛰어내렸다.

바로 다음 날인 17일 오후 7시40분 경 경북 안동에서 이 군과 같은 학년의 김모(14) 양이 학업 스트레스 이유로 투신했다.

청소년심리 상담사인 이지영 씨는 "이군과 김양, 둘의 죽음은 철저히 스스로 생을 정리하는 과정을 보여줬다"며 "가장 큰 문제는 도움을 청할 수 없는 상황 점점 늘어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학교 안팎에서 사람의 눈에서 보이는 곳만이 아닌 온라인, 휴대전화 등을 통해 언제 어디서나 괴로움에 노출될 수 있다는 의미다.

김 양에 앞서 죽음을 선택한 이 군은 이날 오전 7시50분 경 등교를 하려고 집에서 나왔으나 5분 뒤 다시 돌아와 아버지에게 "화장실 가려고 왔다"고 말한 뒤 "다녀오겠습니다"는 인사를 남겼다. 이 군은 오전 8시8분께 엘리베이터를 타고 20층으로 올라갔다.

이 군은 오전 8시54분 경 평소 자신을 때리고 안고 뽀뽀하는 등 성추행을 한 전모(14) 군에게 '너 내 장례식 오면 가만안둬'라는 문자를 보내고 30여분 뒤 생을 마감했다.

이 군이 죽기 직전 9시30분 경 이 아파트에 사는 대학생 김모(22) 양이 아파트 창문에 매달린 이 군을 목격하고 사촌오빠와 함께 이군을 구하려 했던 사실이 알려져 안타까움을 더 했다.

영주경찰서의 한 관계자는 "17일 오후 늦게 가해학생 3명을 불러 2차 조사를 했으며 미안하고 반성한다는 태도를 보였다"고 전했다.

이 군의 장례식이 있던 17일 오후 7시45분 경 경북 안동에서는 김 양이 공부가 힘들다는 내용의 유서를 남기고 투신해 파장을 더했다.

김 양은 '영어 공부가 힘들다, 학교에서는 45분 동안 앉아있는 훈련만 한다'며 '공부를 해봐야 내가 원하는 것을 할 수 없다'는 내용의 유서를 남겼다.

김 양이 뛰어내린 아파트 15층 복도에는 공부가 힘들다는 내용의 유서 외에도 자살을 실행하기 위한 순서도가 적힌 종이쪽지가 발견됐다.

쪽지에는 '학원에 평소처럼 다녀온다, 집에 말고 15층으로 올라간다, 친구들이랑 지인들한테 문자보낸다, 00랑 마지막으로 카톡한다, 핸드폰 초기화시킨다, 전원OFF, 핸드폰이랑 가방은 내려놓고 00로 가져다달라고 메모해놓는다, 눈을 감고 그대로 Fail'이라고 적혀 있었다.

안동경찰서의 한 관계자는 "학교에서 상위권 성적을 유지한 김 양의 가정환경과 학교생활이 원만했다"며 "부모나 학교 관계자들은 김 양의 자살 가능성 자체를 예측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김양 시신 부검은 대부분 완료됐으나 부모가 딸을 빨리 보내고 싶어하지 않는다"며 "장례식은 내일 오전 8시30분 경 학교를 돌고 9시 경 화장을 하는 순으로 치를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런 사건에 대해 의사협회 총무이자 정신과 전문의인 신창규 씨는 "학교 폭력 대책이 대도시만 집중돼 있는 게 가장 큰 문제"라며 "서울과 광역시 정도에는 학교 폭력, 학생 자살과 관련해 상황 파악과 대책 모색이 빠르게 진행되지만 사실 시골 지역에는 대책이 파급될 정도의 제도나 영향력이 없다"고 분석했다.

이어 "국가 정책 시스템 자체가 대도시 밀집 지역에만 가해지다보니 영주나 안동과 같은 지역에는 대책을 강구하지 않는 게 현실"이라며 "안동에는 정신과 분야 의사가 10명 정도 뿐이며 영주에는 정신과 인력자체가 거의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또 "한국인 사망원인 4위가 자살"이라며 "정부가 학생들의 자살을 막기 위해 학교 폭력에만 집중하는 건 일시적 방편에 그칠 수밖에 없다"고 말하며 "국가가 나서 자살 자체에 대한 예방작업을 해야한다"고 덧붙였다.

디지털뉴스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