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만 찌고 영양 빵점 ‘엠프티 푸드’ 오늘도 드실 건가요?
13일 오후 대전 서구의 한 초등학교. 교내 자동판매기에는 어린이들이 좋아하는 콜라나 사이다 등 탄산음료를 찾아볼 수 없었다. 그 대신 과즙음료나 과일향이 나는 음료가 대부분이다. 콜라 사이다는 2008년 3월 학교 내 탄산음료 판매를 금지한 ‘학생건강증진대책’이 시행된 뒤 퇴출됐다. 하지만 이 학교 정문에서 불과 10m 떨어진 주변 골목길. 자동판매기 대부분이 탄산음료로 채워져 있다. 어린이 건강을 챙기는 사회 전반의 분위기는 아직 미숙하다는 느낌이다.
15일 낮 대전시청 인근의 한 패스트푸드점. 66m²(20평) 남짓한 매장에서 영양성분표시를 찾아봤다. 눈에 띄지 않는다. 2010년부터 과자 빵 아이스크림 햄버거 피자 등 어린이 기호식품을 제조 판매하는 곳은 메뉴별로 열량 당류 포화지방 나트륨 등 영양정보를 반드시 게재해야 한다. 이를 어기면 300만 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영양성분표시 어디 있어요?”(기자)
뒤늦게 나타난 매니저가 손가락질 하는 곳을 봤다. 계산대 안쪽 벽면이다. 눈에 잘 띄지 않는다.
‘치킨스프 613.4Cal, 타워버거세트(햄버거 콜라 감자튀김) 1233Cal, 점보치킨버켓 2530Cal….’
“헉! 햄버거세트 하나가 밥 4공기 정도의 칼로리라니….”
KFC 롯데리아 맥도날드 버거킹 등 대부분의 패스트푸드점이 마찬가지다.
천덕꾸러기 ‘엠프티 푸드’
하지만 이들은 소비자들의 입맛을 계속 공격하고 있다. 자유무역과 자본주의 상징인 코카콜라와 펩시콜라의 전쟁은 100년째 계속되고 있다. 제품과 성분, 가격, 홍보마케팅 전쟁 속에서 소비자들은 지갑을 연다.
국내외 음료업계에서도 탄산음료 기피를 틈타 ‘OO맛’ ‘레몬향 OOO’ 등 사실상 과일향만 나는 합성착향료 제품을 쏟아내고 있다. 과일향으로 코를 자극해 먹고 싶은 욕구를 불러일으키는 화학적 합성 인공향료들이다. 최근에는 각종 에너지음료도 잇따라 선보이고 있으나 고(高)카페인이라는 또 다른 발톱이 숨어 있다. 자동판매기나 패스트푸드점에서 판매되는 ‘엠프티푸드’의 든든한 아군은 바로 인스턴트 문화다. 쉽게 구할 수 있고, 빨리 먹을 수 있다. 하지만 소비자들은 기회비용을 생각해야 한다. 이들 음식을 쉽고 빠르게 먹는 대신 잃어버리는 것은 무엇일까.
햅버거와 탄산음료를 대체할 수 있는 나물샌드위치와 오미자 차. 조리·사진= 이기진 기자 doyoce@donga.com
소비자도 발톱을 드러낼 때다
엠프티푸드의 인식이 바뀌면서 소비량이 크게 낮아진 것은 사실이다. 교내 탄산음료 판매 금지(2008년) 및 패스트푸드 영양표시제 시행(2010년) 이후 당시 49.4%였던 탄산음료 섭취율은 지난해 23.2%로 줄었다. 패스트푸드 역시 절반가량 줄었다. 탄산음료 자리를 2005년부터 두유 잡곡 견과음료가 차지하기 시작했다.
이런 추세는 미국에서도 마찬가지. 파이낸셜타임스(FT)가 미 음료업계 전문지인 베버리지다이제스트 자료를 인용해 지난달 보도한 자료에 따르면 1990년대 매년 3%씩 증가하던 탄산음료는 2005년 이후 꾸준한 하향세를 그리고 있다. 하지만 언제 그들의 파상 공세가 강화될지 모른다.
건강을 무조건 한국인의 토속 밥상에서 찾으라고는 할 수 없다. 김 교수는 “자동판매기 앞에선 콜라와 사이다 버튼은 누르지 말고, 패스트푸드점 앞에선 그냥 지나치려는 습관이 중요하다”며 “비록 마시거나 먹을 수밖에 없다면 영양성분표시를 꼼꼼하게 읽어보는 것만으로도 업체의 생각을 바꿀 수 있다”고 말했다. 서양의 격언에 이런 표현이 있다. ‘You are what you eat.(당신의 몸은 당신이 뭘 먹느냐에 달려 있다)’ 무엇을 어떻게 먹느냐에 따라 당신의 건강은 달라진다.
황인택 을지대병원장, 김미리 식생활교육대전네트워크 상임대표(충남대 교수),이현규 한양대 교수(식품영양학과), 최민수 우송대 교수(외식조리학부)
이기진 기자·한중양식조리기능사 doyoc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