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치밍처럼 고위공직자 아버지를 둔 덕에 부와 권세를 누리는 현대판 귀족이 태자당(太子黨)이다. 최근 낙마한 보시라이 전 충칭 시 서기 역시 마오쩌둥과 혁명동지인 아버지를 가진 최고위 태자당 출신이었다. 미국 하버드대를 다니며 여인들과 호화 파티를 벌인 보과과(24)가 바로 그의 아들이다. 공직에 오른 중장년 태자들은 아버지의 후광을 입으면서도 치열한 당내 경쟁으로 능력을 검증받은 사람들이었다. 비리가 있대도 언론자유가 없어 들키지 않았고, 따라서 인민의 원성도 나오지 않았다.
▷이들의 자제인 젊은 태자들은 다르다. 귀하게 큰 자식은 버릇이 없다던가. 이들은 할아버지와 아버지의 후광을 한껏 누리며 돈과 권력을 함부로 쓴다. 인터넷 시대에 언론통제가 어렵다는 시대적 변화도 모른다. 보과과가 유학생활 중 새빨간 페라리를 몰고 다니며 사치와 방탕을 즐긴 사실이 인터넷에 폭로되면서 중국의 민심이 흔들리는 분위기로 바뀌고 있다. 공산당 기관지인 런민일보는 사설에서 연일 당 간부의 개인적 수양을 강조했다. 공산당 전체의 문제가 아니라 개인비리로 축소하고 싶은 듯하다. 그러나 보시라이와 보과과 사건은 태자당과 부정부패, 중국경제가 한 몸으로 엮인 구조적 문제로 봐야 한다.
김순덕 논설위원 yur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