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 女피살 같은 범죄 막으려면 과감한 탐문-국가 보상 필요”경찰, 관련법 개정 나서기로
경기 수원 20대 여성 피살사건 당시 경찰이 가택 탐문을 소극적으로 해 살인을 막지 못했다는 지적에 따라 경찰이 강력범죄에 대해선 과감하게 가택수색을 할 수 있도록 법을 개정하기로 했다. 집 문을 뜯고 들어갔다가 허탕이면 경찰관 개인이 보상해야 했지만 앞으로는 국가가 손실을 보상하고 긴급한 상황에 가택 출입과 조사가 가능하도록 법조항도 바꾸겠다는 것이다.
동아일보 DB
수원 사건 당시 경찰은 범인 오원춘의 옆집을 수상하게 보고 탐문하려 했지만 집주인이 별다른 기척을 하지 않자 안절부절못하며 1시간 반가량을 허비했다. 탐문수색에 투입됐던 한 경찰관은 “경찰 신분증을 보여주거나 인터폰으로 얼굴을 확인하고도 집주인이 외면하면 도리가 없다”며 “밤에는 벨만 눌러도 왜 시끄럽게 하냐며 항의를 하거나 야간주거침입으로 고소하는 경우도 있어 제대로 된 탐문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이튿날 발생한 평택 여대생 성폭행 사건은 가택수색의 중요성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경찰은 신고 여성의 위치를 추적해 원룸 8개동 94가구를 특정하고 경찰관 70여 명을 투입해 탐문수색에 나섰다. 이 중 12가구에 인기척이 없어 경찰은 내부 상황을 확인하지 않았는데 범인 최모 씨(31)가 그중 한 집에 숨어 있었던 것. 경찰이 코앞에서도 범인을 놓칠 수밖에 없는 구조였던 셈이다.
경찰의 112 신고자 위치추적이 기술적 한계로 수십∼수백 가구 범위까지만 신고자의 위치를 압축할 수 있어 정밀한 가택 수색은 반드시 필요하다는 게 경찰의 판단이다.
실효성 있는 탐문수색을 위해서는 시민의 협조도 필수적이라는 의견이 많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미국은 타인의 생명을 구하는 일에 협조하는 게 궁극적으로 자신의 생명을 지키는 것이란 공감대가 있어 경찰 수색에 협조적인 편”이라며 “흉악범 검거라는 공익을 위해 적정선에서 사익을 양보해야 한다는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신광영 기자 ne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