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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폭력 실태 전수조사]신뢰도-참여도-실효성 3無… 25억 들이고도 엉터리 통계

입력 | 2012-04-20 03:00:00

■ 졸속-부실조사 논란




학교폭력은 정부와 학교, 가정이 함께 노력해야 줄일 수 있다. 학생 개인에게만 맡길 수 없고, 공권력만으로도 풀기 어렵다.

하지만 이번에 발표된 제1차 학교폭력 실태조사 결과는 정부 학교 가정 모두 ‘강 건너 불 보듯’ 하는 자세임을 드러내 신뢰도, 참여도, 실효성이 모두 없는 ‘3무(無) 조사’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일부 학교에서는 실태를 감추려고 조사를 사실상 방해했을 소지도 있어 25억 원이나 들인 조사가 사실상 무용지물이 됐다.

○ 급조된 계획부터 문제


교육과학기술부는 지난해 말 대구 중학생 자살사건을 계기로 시도교육감협의회가 학교폭력 전수조사를 요구하자 설문조사를 하기로 결정했다.

한국교육개발원은 설문조사지와 회신용 우편봉투를 파일 형태로 일선 학교에 보내고, 일선 학교는 학생 수만큼 출력해서 가정으로 보냈다. 학생이 설문지에 답을 한 뒤 우편으로 개발원에 보내는 방식이었다.

조사는 겨울방학인 1월 18일부터 2월 20일까지 진행됐다. 강제성이 없고 우편으로 참여하라니 잘될 리가 없는 방식이었다. 당시에도 이런 지적이 있었지만 교육당국은 “학교에서 조사하면 학생들이 눈치를 보거나 강압이 있을 수 있다. 방학 때 집에서 하는 게 바람직하다”며 강행했다. 결과적으로 조사 대상 560만 명 가운데 136만7000명만 응했다.

김영원 숙명여대 통계학과 교수는 “전수조사 가운데 25%를 샘플로 뽑은 것이 아니고 응답자 자체가 25%에 그치면 전체 실태라고 볼 수 없다. 전수조사는 무응답이 거의 없다는 점을 전제로 해야 한다. 이런 엉성한 방식으로는 오차 문제가 심각해진다”고 지적했다.

○ 교사들은 귀찮게 여겨


일선 학교의 대처 방식도 문제였다. 응답자가 1명도 없는 학교가 143곳이나 나올 정도로 무관심했다.

본보가 회수율 0%인 학교를 조사한 결과 상당수는 아예 설문지를 가정에 보내지 않았다. 전북 군산시의 산북초등학교 관계자는 “생활담당 교사가 방학 중에 40일간 연수를 가는 바람에 공문을 늦게 확인해 설문지를 못 돌렸다”고 밝혔다. 충남 논산시 연무여중 관계자는 “학교에 공문이 너무 많이 오다 보니 중요성을 인지하지 못하고 그냥 넘어간 것 같다”고 말했다.

설문지를 학교에서 회수해 중간에 누락시킨 사례도 있었다. 서울 은평구 연은초등학교 담당자는 “학생들이 각자 부치면 어려우니까 학교에서 한꺼번에 부치려고 취합을 했는데 개발원으로 안 보낸 것 같다”고 말했다.

교과부는 회수율이 10% 이하인 학교(1906곳)를 대상으로 시도교육청이 진상을 조사하도록 지시했다. 설문지를 가정에 보내지 않은 학교는 징계할 방침이다.

○ 학부모와 학생은 무관심


대전 A중 3학년의 학부모는 “이런 거 응답해 봤자 달라지는 것도 없다며 아이가 설문지를 그냥 버렸다. 나도 그렇게 생각해서 내버려뒀다”고 말했다.

윤용남 성신여대 윤리교육과 교수는 “집집마다 편지를 보내서 도둑이 있냐는 식으로 조사를 한 게 난센스다. 애들이 봐도 우습고 어설프지 않겠나”라고 지적했다.

여러 문제가 확인되자 교과부는 뒤늦게 조사방식을 바꾸겠다고 밝혔다. 앞으로는 우편 대신 온라인으로 실시할 계획이다. 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나이스)의 입력 시스템을 활용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조사 시기도 방학이 아니라 3∼4월, 8∼9월 두 차례 하기로 했다.

교과부는 조사에 강제로 참여시킬 근거가 없어 회수율을 갑자기 높일 수는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학교폭력 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 제4조는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는 학교폭력을 예방하고 근절하기 위하여 조사, 연구, 교육, 계도 등 필요한 법적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교육당국의 강력한 의지가 있다면 왜곡된 결과만 내놓는 부실 조사를 되풀이하지 않고 조사를 강화할 수도 있다는 뜻이다.

김희균 기자 foryou@donga.com  
김수연 기자 sykim@donga.com  
정지영 기자 jjy20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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