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난-무성의 답변 많아실태 파악 - 수사 한계도
경찰이 교육과학기술부에서 넘겨받은 학교폭력 설문조사 중 일부. 경찰은 모호한 ‘목격담’이 많아 실태조사가 어렵다고 토로하고 있다. 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
A 경찰서 소속의 한 형사는 “친구에게 맞았다는 설문지 내용을 보고 학교를 찾아갔더니 교사들은 ‘그런 일이 없다’며 감추기에 급급했다”며 “교과부가 실태 조사를 공개해도 학교가 문을 꽁꽁 걸어 잠그니 사실상 수사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B 경찰서 여성청소년계장도 “학교 안에서 발생하는 폭력은 학교에 우선권이 있기 때문에 112 신고가 떨어져도 학교장의 협조 요청을 받아야 한다”고 했다.
무기명 설문이라는 형식 탓에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비판도 나왔다. C 경찰서 여청계장은 “1500장이 넘는 설문지를 받고 나서 이를 일일이 확인하고 피해 유형별로 분류하느라 업무가 마비될 지경”이라며 “정작 설문지를 보니 장난을 치거나 무성의하게 쓴 답이 많아 조사를 할 필요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고 털어놨다. D 경찰서 여청계장도 “피상적인 설문조사로는 학생의 속 깊은 대답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E 경찰서 여청계장은 “학생을 위해 학교와 경찰이 좀 더 소통해야 한다”며 “경찰도 피해학생과 가해학생 모두 보호해야 하는 교사의 어려움을 좀 더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