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 타다, 산책하다 와인 한잔… ‘낭만의 길’
가수 김세환 씨가 12일 서울 양재천 와인 거리에서 와인 잔을 들고 거리의 멋을 설명하고 있다. 양재천을 끼고 있는 이 거리는 운동하다 쉽게 찾을 수 있다는 장점 덕택에 인근 직 장인뿐 아니라 가벼운 옷차림의 주민에게도 인기가 많다.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 자전거 타다가 와인 한 잔으로 마무리
“양재천에 와인의 거리가 생긴 뒤 자전거 타는 기쁨이 늘었어요. 친구들과 자전거 타다가 와인 한 잔 마시면…아, 즐겁죠.”
2001년 와인의 거리에 가장 처음 문을 연 와인 바 ‘크로스비(CROSBY)’에서 만난 김 씨는 운동복 차림이었다. 1985년부터 산악자전거(MTB)를 탔다는 김 씨는 연예계에서 소문난 자전거 마니아다. 양재천에서 출발해 한강을 거쳐 여의도로 출근하거나 안양천까지 운동을 나가기도 한다.
가수 김창완 이문세 씨도 김 씨와 같은 자전거 동호회 멤버다. 함께 자전거를 타다가 와인의 거리에서 와인 한 잔씩 나눠 마시고 헤어지곤 한다. 조영남 윤형주 씨 같은 세시봉 멤버도 단골이다.
김 씨와 마주 앉은 크로스비는 와인의 거리 중간쯤에 있다. 가게 양쪽으로 야외테라스가 있는 와인 바가 늘어서 있다. 하얀 담장 위에 화분이 놓인 야외테라스나 나무 식탁과 의자가 놓인 실내는 마치 유럽 어느 동네 카페를 옮겨온 듯하다.
“벚꽃이 흐드러지게 피면 와인에 더 취하는데…. 오늘은 꽃이 덜 피었네.”
이곳은 김 씨처럼 양재동이나 도곡동에 사는 주민들이 운동을 하다가, 혹은 산책을 나왔다가 와인을 마시러 온다. 인근 사무실에 다니는 직장인도 많이 찾는다.
○ 동네 주민 겨냥한 와인 구비
청담동 가로수길이나 방배동 서래마을에 가서 와인 한 병을 마시면 20만 원이 훌쩍 넘어가기 마련이다. 와인의 거리는 그보다 가격이 저렴하다. 해가 지고 난 뒤에는 정장 차림 직장인도 찾아들지만 주부나 운동복 차림의 동네 주민도 상당수 이 거리를 점령한다.
크로스비 직원 김소연 씨는 “다른 곳의 와인 바와 다르게 주부들이 많이 찾아 이들이 좋아하는 와인을 많이 내놓는다”고 말했다. 치즈 모둠 3만5000원, 만두 1만 원.
‘에떼(ETTE)’는 연인들이 찾기에 좋은 곳이다. 은은한 조명 아래 식탁마다 놓인 촛불을 앞에 두고 앉으면 절로 사랑 고백이 나올 듯했다. 카프레제 샐러드와 카베르네 소비뇽 세트가 7만9000원. 치즈가 섞인 샐러드는 인기 메뉴다. ‘엘리시아(ELYSYA)’는 나무 벽마다 아기자기한 그림이 가득한 실내가 모던한 느낌을 준다. 젊은 직장인들이 많이 찾는다. 우르메네카 카베르네 소비뇽 5만8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