吳시장땐 잇단 예산 삭감 → 朴시장땐 “지나치게 경직”
서울시의회의 평가 잣대가 ‘그때그때 다르게’ 적용되고 있다. 도마에 오른 건 시의회가 오세훈 전 시장 재임 때 입이 닳도록 지적한 ‘토건사업’과 ‘홍보’다. 그때는 토건사업이나 홍보가 많아서 문제라고 시장을 몰아세우던 시의회가 이제는 이 사업을 제대로 못한다고 박원순 현 시장을 비판한다. 다른 잣대로 시장을 호통 치는 시의회에 어떤 배경이 있는지 궁금증을 낳고 있다.
허광태 시의회 의장은 18일 임시회 개회사에서 박 시장을 향해 “토목사업 추진이 지나치게 경직됐다는 지적이 있다”며 “도로처럼 시민의 삶과 직결되는 사업은 당초 계획대로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그는 “(3월 핵안보정상회의 때) 서울의 국제 홍보 마케팅 기회를 아깝게 날렸다”고도 했다.
하지만 허 의장이 이끄는 시의회는 2010년 12월 30일 2011년도 예산안을 통과시키면서 은평새길 건설 100억 원, 9988복지센터 99억 원, 해외 마케팅 사업 138억 원, 한강예술섬 조성 406억 원을 삭감했다.
다른 잣대가 적용된 배경을 두고 서울시 안팎에서는 두 가지 해석이 나온다. 첫째는 시의원들이 그토록 바라는 보좌관 도입에 박 시장이 반대하며 관련 조례를 대법원에 제소하기로 한 데 대한 보복이라는 설이다. 또 다른 해석은 허 의장이 공석인 SH공사 사장으로 후보를 추천했는데 받아들여지지 않자 ‘작심발언’으로 불만을 표출했다는 분석이 있다.
허 의장의 지적은 얼핏 타당해 보이지만 전임 오 시장 때와 정반대라는 점에서 ‘고무줄 잣대’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지방자치 시대에 꼭 필요한 존재인데도 ‘지방의회 무용론’이 국민 사이에서 힘을 얻는 이유다.
이동영 기자 argu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