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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적 심한 욕설 들으면 뇌까지 평생 상처입는다

입력 | 2012-04-20 03:00:00

■ 美하버드대 연구진 언어폭력의 뇌손상 규명




“에이 ××, 너 때문에 짜증나. 개×× 맞고 싶어?”

버스나 지하철에서 만나는 청소년들의 대화를 듣다 보면 등골이 서늘하다. 말 곳곳에 너무나 자연스럽게 욕이 섞여 있기 때문이다. ‘욕은 나쁜 것’이라는 인식을 못하는 것일까.

교육과학기술부가 지난달 14일 공개한 학교폭력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139만 명 중 17만 명이 폭력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폭력을 경험한 학생 중 51%는 욕설이나 비방과 같은 언어폭력을 겪은 것으로 조사됐다. 상당수의 학생이 욕설로 인해 고통을 받고 있는 것이다.

욕을 하는 학생도 꾸준히 늘고 있다. 한국교육개발원의 조사에 따르면 초중고교생의 73%가 욕을 사용하며 이 중 32%는 습관적으로 욕을 쓰는 것으로 나타났다. 3명 중 1명은 욕을 입에 달고 산다는 뜻이다. 김태경 한양대 교육문제연구소 교수는 “10여 년 전과 비교해 욕 하는 학생이 늘고 있으며 욕을 쓰기 시작하는 시기도 빨라지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청소년기에 당한 언어폭력이 뇌에 지속적인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돼 충격을 주고 있다. 신체폭력 못지않게 언어폭력도 한 사람을 파괴할 수 있다는 것이다.

○ 언어폭력, 뇌에 상처 입힌다

미국 하버드대 의대 마틴 타이커 교수팀이 2010년 12월 ‘미국정신건강의학지’에 게재한 논문에 따르면 어린 시절 부모나 동료에게 언어폭력을 당한 사람들은 뇌의 특정 부위가 위축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어린 시절 언어폭력을 당한 성인 63명의 뇌를 조사한 결과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뇌들보(뇌량)’와 ‘해마’ 부위가 위축된 것을 발견했다. 뇌들보는 좌뇌와 우뇌를 연결해 주는 다리로, 이곳이 손상되면 양쪽 뇌의 정보 교류가 원활하지 못해 언어능력이나 사회성에 문제가 생긴다. 해마는 감정과 기억을 담당하는 부위로, 이곳에 문제가 생기면 쉽게 불안해지고 우울증을 앓을 확률이 높아진다.

연구팀이 어린 시절 언어폭력을 경험한 707명에게 설문 조사한 결과에서도 많은 이가 불안과 우울증, 소외감을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중학교 시절의 언어폭력이 가장 큰 문제를 초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장희 가천대 의대 뇌과학연구소장은 “언어폭력을 당하면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이 과다하게 분비돼 뇌들보와 해마를 위축시킬 수 있다”며 “뇌들보와 해마, 전두엽 등의 뇌 부위가 발달하는 아동기와 청소년기에 심한 언어폭력을 겪으면 뇌에 지속적인 문제를 남길 수 있다”고 말했다.

○ 미숙한 청소년 뇌, 명확한 규칙으로 통제해야

언어폭력이 뇌에 치명적이라는 사실을 알려주더라도 청소년 스스로 욕을 줄이기는 어렵다. 청소년의 뇌는 이성보다 본능이 더 발달돼 있기 때문이다. 뇌에는 원초적이고 동물적인 본능과 관계있는 ‘변연계’와 이성적인 사고 판단과 관계된 ‘전두엽’이 있다. 청소년의 전두엽은 성인보다 덜 발달돼 있다.

천근아 연세대 의대 소아청소년정신과 교수는 “변연계가 본능에 가속도를 높이려고 할 때 전두엽이 나서서 제동을 걸어줘야 하는데 10대 때는 전두엽의 통제력이 약하다”며 “가정과 학교에서 생활규칙을 명확하게 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이재웅 동아사이언스 기자 ilju2@donga.com    
변지민 동아사이언스 기자 wunawu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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