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분이 없는 주스는 없다, 따로 더 넣지 않는다는 것일 뿐
지난해 6월 영국 노스웨일스뱅거대 연구진은 이런 연구결과를 내놓았다. 사람들이 생각하는 이상으로 주스에 당분이 많이 들어있다는 게 이유였다.
그래서인지 언제부턴가 시장이나 마트에서 무설탕 또는 무가당이란 표시를 불인 주스가 눈에 많이 띈다. 건강을 챙기거나 다이어트 등을 목적으로 이런 주스를 찾는 사람도 많아졌다.
시중에 유통되는 각종 가공음료 중엔 무설탕(sugar-free) 제품이 많다. 음료뿐만 아니라 무설탕 껌, 무설탕 캔디 등도 등장한 지 오래다. 하지만 ‘무설탕’이란 말은 식품에 당이 들어있지 않다는 뜻은 아니다. 문자 그대로 ‘설탕이 첨가돼 있지 않다’는 것만 나타낸다. 설탕에 준하는 대체 물질인 액상과당, 아스파탐, 사카로스, 말티톨 등의 감미료는 얼마든지 들어 있을 수 있다는 말이다.
예를 하나 들어보자. 천연 포도즙을 물과 섞은 뒤 당도를 높이기 위해 설탕 대신 과당을 첨가하면 ‘무설탕 포도주스’가 된다. 그런데 액상과당은 설탕보다 무려 1.7배나 더 단 물질이다. 액상과당은 설탕보다 흡수가 잘되고 비만을 일으킬 가능성도 더 크다.
그렇다면 설탕은 물론이고 다른 당분도 넣지 않은 무가당 음료를 마실 땐 당분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될까. 역시 그렇지 않다. 현행 식품위생법에는 제품 100mL당 당분이 0.5g 미만인 경우 무당(無糖) 표시가 가능하다. 하지만 무가당과 무당은 동의어가 아니다. 무가당은 당이 전혀 없다는 게 아니라 당 성분을 따로 첨가하지 않았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즉 원래 재료 자체에 들어있는 당 성분은 해당 식품이나 음료에 고스란히 들어 있다는 얘기다. 포도나 오렌지의 경우 천연 과일의 즙 안에도 당분이 충분히 포함돼 있다. 그래서 따로 당분을 넣지 않아도 가당 주스 못지않게 단맛이 난다. 한 식품업체 관계자는 “실제 시중에 판매되는 무가당 주스의 평균 당도는 11∼12%로 일반 과일 음료의 평균 당도(12∼13%)와 비교해 큰 차이가 없다”고 말했다. 무가당 주스라고 무턱대고 당도가 낮을 것이라 생각해 안심하고 마시는 건 금물이라는 얘기다.
무가당 주스를 마실 땐 반드시 관련 표기를 제대로 살피고 당 함유량 등을 꼼꼼히 살핀 뒤 마시자. 당 관리가 필요하다면 주스보단 과일 그대로 먹는 게 현명하다. 물론 당 섭취를 제한해야 하는 사람에겐 물이 최고의 보약이란 사실은 따로 설명할 필요가 없을 정도다.
이근배 신세계백화점 상품과학연구소장· 식품기술사 kblee017@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