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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한상복의 남자이야기]‘왕따 온달’은 어떻게 변신에 성공했을까

입력 | 2012-04-21 03:00:00


결혼을 계기로 도약하는 남자들이 있다. 싱글일 때에는 그저 그랬던 이가 결혼 이후 변모하더니 어느 순간 무대의 중심에 서는 것이다. 본인의 노력과 세(勢)에 힘입은 바가 크겠지만, 결혼을 잘한 덕분으로 평가를 받기도 한다.

결혼을 통해 극적인 변신에 성공한 대표적 인물로 온달을 꼽을 수 있다. ‘바보 온달’ 말이다. 맥락을 보면, 온달은 바보라기보다는 요즘 기준의 ‘왕따’에 가깝지 않을까 싶다.

평강공주는 그런 온달을 어떻게 비범한 장수로 변신시킬 수 있었을까? 삼국사기는 공주가 금팔찌를 팔아 살림을 마련했으며 온달에게 좋은 말을 고르는 법을 알려주었다고 전한다. 공주는 온달의 일상을 바꾸는 차원을 넘어, 그의 내면에 깊숙하게 들어가 근본적인 무엇인가를 끌어낸 것으로 보인다. 학문을 배우고 말을 길러 사냥기술을 연마하는 과정에서 스스로 성취감을 쌓도록 했던 대목을 통해 짐작할 수 있다.

남자는 달팽이 같은 존재다. 겉으로는 딱딱하게 보이는 반면에 속에는 두려움의 촉수를 감추고 있는 약한 영혼의 이율배반적 생명체다. 숙명 같은 경쟁을 헤쳐 가며 끊임없이 세파에 흔들린다. 자기가 괜찮은지 확신할 수 없기 때문이다.

온달은 텅 빈 달팽이였을 게다. 비천한 출생과 가난, 사람들의 놀림이 그의 영혼을 갉아먹고 마침내 빈껍데기로 만들었을 것이다. 스스로를 방치한 결과가 ‘국민 왕따’로 이어졌을 수도 있다.

평강공주는 ‘남자의 핵심’을 간파하고 있었던 것 같다. 사랑하는 남자를 더 나은 사람으로 발전시키고 싶은 것이 모든 여자들의 로망이다. 그래서 여자들이 사용하는 수단이 ‘말’이다. 강점인 언어를 이용해 남자의 변화 욕구를 자극하는 것이다. 이때의 핵심이 바로 ‘자존심’이다. 평강공주는 온달을 격려해 줌으로써 못난 자아상 속에 숨어있던 자존심을 끌어내는 데 성공했던 것으로 보인다.

남자의 자존심에 대한 여자들의 관점은 제각각일 것이다. ‘마음을 움직이는 지렛대’로 보는 시각부터 포장비닐(일명 ‘뽕뽕비닐’)처럼 보는 족족 터뜨리고만 싶은 충동을 느끼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대상의 성격이나 상황에 따라 다를 수도 있겠다.

남자의 인생은 누군가가 자기 존재의 이유를 알아주었을 때, 그리하여 삶의 의미를 찾아낼 때를 계기로 삼아 180도 달라진다. 사랑을 받지 못한 여자가 불행한 것처럼 자존심을 짓밟힌 남자는 자기 존재의 의미를 찾아내지 못한다. 바보 시절의 온달처럼 말이다.

자존심은 남자의 마지막 보루지만 지켜내기는 쉽지 않다. 존중해 주는 배우자를 만난 남자는, 전생에 나라를 아홉 정도 구해낸 덕분일 것이다.

한상복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