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 게바라, 혁명의 경제학/헬렌 야페 지음·류현 옮김615쪽·2만3000원·실천문학사
저자가 게바라 혁명 경제학의 핵심으로 소개하는 것이 소비에트 모델과 시장 사회주의 모델의 대안으로 제시한 예산재정 시스템이다. 소비에트 모델의 집중화와 관료주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중앙집중적 요소를 줄이고 노동자들의 자율을 보장하는 계획관리 체제다. 그는 자본주의를 배척하면서도 선진 자본주의의 기술을 도입하는 유연함을 보였고, 전자공학과 자동화가 생산력 발전에 기여할 것을 내다볼 줄도 알았다.
쿠바 경제사에서 게바라의 기여도를 재평가하는 작업은 쿠바 혁명을 실패로 규정하는 ‘쿠바학 연구자(Cubanologist)’들의 결론을 반박하는 것이 된다. “게바라의 지도 아래 쿠바 경제는 안정을 되찾고 산업을 다각화했으며 성장을 달성했다”고 평가한 저자는 쿠바 혁명의 성과를 긍정하는 ‘쿠바주의자(Cubanist)’의 전형이다. 쿠바 정부의 문헌과 게바라의 혁명 동지 60명에 대한 심층 인터뷰를 토대로 내놓은 이 책은 쿠바 경제사를 내재적으로 접근한 한계를 드러내지만 쿠바주의자들의 논리를 들여다볼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를 제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