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 없는 사회/필 주커먼 지음·김승욱 옮김/368쪽·1만6000원·마음산책
덴마크와 스웨덴 사람들은 삶의 궁극적인 의미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하지 않는다. 매 순간 최선을 다해 현세를 살아갈 뿐이다. 그렇기에 더욱 가족을 사랑하고 공동체를 위해 헌신할 수 있는 게 아닐까. 단란한 시간을 보내고 있는 스웨덴 가족. 마음산책 제공
덴마크 호스피스 병동에서 일하는 안네는 “기독교인 중 상당수가 죽음을 맞이하는 과정에서 천국에 가지 못할까 봐 걱정하며 죄책감을 느낀다”고 전한다. 반면 무신론자들 대부분은 ‘인간의 삶도 다른 모든 생명체처럼 죽음과 함께 끝’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오히려 편안히 죽음을 맞이한다고 한다.
스칸디나비아 반도의 두 나라 덴마크와 스웨덴은 ‘비종교적 국가’로 꼽힌다. 최근 조사에 따르면 미국인의 90% 이상이 하느님을 믿는 것으로 나타났다. 덴마크와 스웨덴은 그 비율이 51%와 26%에 불과하다. 또 미국인의 81%가 내세를 믿지만 덴마크와 스웨덴은 30%와 33%만이 믿는다고 답했다. 놀랍게도 덴마크와 스웨덴의 국교는 기독교의 한 갈래인 루터교다.
“난 우리보다 커다란 존재가 저 높은 곳에 있다고 믿고 싶어요. 하지만 이성은 그런 존재가 없다고 말하죠.”(소니 씨·31)
저자는 이 두 사회가 종교성은 옅지만 도덕적 윤리적 경제적으로 문제없이, 오히려 종교성이 충만한 미국 사회보다 풍요롭게 살아간다고 강조한다. 심지어 약자에 대한 배려도 미국 사회보다 더 강하게 나타난다. 아동복지 수준을 평가한 2007년 유니세프 보고서에 따르면 스웨덴과 덴마크가 2위와 3위로 수준이 높았다. 가난한 나라를 위한 자선행위를 많이 한 나라 순위에서도 덴마크가 2위, 스웨덴이 3위를 차지했고 그 밖에도 높은 순위의 나라 대다수가 비종교적이었다.
이들은 ‘착하게’ 사는 이유에 대해 초월적인 존재를 믿어서, 또는 그가 두려워서가 아니라 자신이 살고 있는 공동체를 잘 유지하기 위해서라고 강조한다. 즉, ‘성경이 하느님의 신성한 말씀을 그대로 받아 적은 책’이라든가 ‘예수가 말 그대로 처녀의 몸에서 태어났고 죽은 지 사흘 만에 부활했다’ 등에선 고개를 갸웃거려도 ‘가난한 이를 도와라’ 등 종교적 가르침에는 공감하고 따른다는 것.
저자는 “종교는 만악의 근원”이라는 사회생물학자 리처드 도킨스처럼 “신이 없어야 행복한 사회가 된다”거나 “신을 믿으면 불행해진다”는 식의 결론을 내리지 않는다. 다만 종교적 근본주의자들의 주장과 달리 종교성이 약해도 위험한 사회는 오지 않고 오히려 더 도덕적이고 풍요로운 사회가 될 수도 있다고 말할 뿐이다.
미국인 독자와 우리가 받아들이는 종교의 의미는 조금 다를 듯하다. 사람들의 일상에 신앙이 차지하는 비중은 우리나라도 덴마크나 스웨덴처럼 높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오히려 정치 지도자가 특정 종교에 대해 강한 믿음을 표시하면 비판을 받기 쉽다. 우리에겐 이라크 침공을 앞둔 조지 W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이 “기도로 하느님께 조언을 구한 끝에 침공하기로 했다”고 ‘공식적으로’ 말했던 미국 사회가 더 특이해 보이지 않는가.
이지은 기자 smile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