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는 누가 지배할 것인가/자크 아탈리 지음·권지현 옮김358쪽·1만6000원·청림출판
그에 의하면 이들 5대 충격이 잇따르면서 세계 유일의 슈퍼파워로서 미국의 위상이 흔들리고 있다는 점이 확실해졌다. 시장은 글로벌화하고, 기업은 국제화되고, 온라인 네트워크가 인류를 하나로 묶고 있지만 세상은 더 이상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다. 심각한 경제위기는 통제 불능 상태이며, 유럽연합 주요 20개국(G20)과 같은 국제기구들도 무기력함을 보인다.
누가 이 문제를 해결할 것인가. 누가 이 혼란을 극복하고 세계의 중심에 설 것인가. 미래학자인 저자는 이런 초국가적인 위기상황을 ‘체계적 위험’으로 규정하고 금융, 인구, 원자재 부족, 환경 문제 등 체계적 위험의 본질을 규명한다.
그 대신 2030년 헤게모니 지형도는 ‘다중심적인 혼돈’이 될 것이며, 글로벌 거버넌스는 ‘시장의 세계정부’에 자리를 내줄 것으로 저자는 예견했다. 통제력을 갖춘 ‘국가의 세계화’가 없는 ‘시장의 세계화’는 수요를 창출하기 위해 개인의 부채를 점차 늘리는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금융거품과 대량실업이 더 자주 발생하고, 인플레이션과 환경 파괴, 원자재 부족, 범죄가 급증한다는 것이다. 저자는 “시장의 세계화로 인해 기업이 복지국가를 대체하며, 특히 보험회사들이 국민을 보호하는 국가의 역할을 대신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책의 후반부는 ‘세계정부’라는 거대담론으로 발전한다. 국가의 경계를 허물고 지구 전체의 이익을 돌볼 ‘세계적 차원의 정부’ 수립을 제시하는 것. 저자에 따르면 세계정부는 전쟁이 끝난 뒤, 혹은 인류에게 닥칠 심각한 위험을 피하기 위해 구성될 가능성이 크다. 저자는 각각의 국가가 독립적으로 민주적 연방정부를 구성하며, 세계 삼부회와 예산, 경찰, 군대까지 갖추는 방안을 제시한다. 또 “세계정부 구성에 있어 민주주의만이 인류의 지속가능한 생존을 담보해줄 수 있으며, 법치주의가 없다면 효율적이고 정당한 시장은 존재할 수 없다”고 역설한다.
세계 정부를 구성하는 과정에서 중대한 역할을 하는 주체들을 저자는 ‘하이퍼 유목민’이라고 규정했다. 하이퍼 유목민이란 시민운동가, 기자, 철학자, 역사가, 국제공무원, 외교관, 국제주의 운동가, 메세나, SNS의 주체 등 모든 종류의 정보 크리에이터들로 인류의 미래에 관심을 가진 사람들이다. 하이퍼 유목민들이 “시장보다 훨씬 큰 초국경적 역동성을 만들어낼 것이고, 세계 공공재를 구현할 것”이라고 저자는 전망한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