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대 음대서 이런 일이… 경찰, 이호교 교수 영장 신청‘국내 유일의 전공교수’ 악용… 실기시험 칸막이 없어 부정 쉬워
제자에게 최고점 이호교 교수는 제자 김모 씨에게 92점의 최고점을 줘 다른 교수들도 높은 점수를 주도록 유도했다(가로 검은 부분). 이 교수는 김 씨 외에 다른 수험생에게는 65점, 50점 등 최저점에 가까운 점수를 줬다(세로 굵은 선 표시 부분).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 제공
아들을 국내 최고의 음대 중 하나인 국립 한국예술종합학교(한예종) 음악원에 보내려던 김 씨는 아들이 재수를 시작한 2010년 초 솔깃한 소식을 들었다. 국내 유일의 콘트라베이스 전공 정교수인 한예종 이호교 교수(45)에게 배운 제자들이 모두 한예종에 합격했다는 소문이었다. 김 씨가 교습을 부탁하자 이 교수는 국립대 교수가 개인 교습을 하는 것은 불법인데도 받아들였다. 아들은 교수실과 불법 교습소에서 시간당 15만 원씩을 주고 40여 회에 걸쳐 교습을 받았다. 2010년 6월에는 이 교수가 “내 악기를 쓰라”며 콘트라베이스를 빌려줬다. 김 씨 아들은 같은 해 10월 한예종 실기시험에 응시해 최종 합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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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DB
실제로 그는 실기시험에서 김 씨 아들에게 최고점인 92점을 줬다. 한예종 음악원은 부정 입학을 방지하기 위해 최저·최고점을 뺀 뒤 평균 점수를 낸다. 그러나 콘트라베이스 전공 교수가 준 점수를 참고해 바이올린 전공 교수 등 다른 교수들도 콘트라베이스 전공 수험생에게 점수를 주는 관행 때문에 이 교수가 김 씨 아들에게 최고 점수를 주는 방식으로 여론을 주도하면 최고점이 빠지더라도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다. 또 불합격자에게는 최저점을 줘 다른 교수들도 낮은 점수를 주도록 유도했다. 김 씨 부부는 2010년 11월 교수가 요구한 2억6000만 원을 모두 줬다.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의 뇌물수수 혐의 등으로 이 교수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22일 밝혔다. 김 씨 부부도 뇌물 공여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은 2002년부터 올해까지 김 씨 아들을 포함해 이 교수 제자 19명이 모두 한예종 콘트라베이스 전공에 합격한 것에도 비리가 있을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이들은 모두 이 교수에게서 최고 점수를 받았다. 경찰 관계자는 “한예종 음악원 실기시험은 다른 학교 음대 시험과 달리 수험생이 연주할 때 심사위원과 학생 사이에 가림막을 치지 않고 심사위원들끼리도 점수를 공유할 수 있도록 칸막이가 없어 부정 입학이 쉬운 구조”라고 말했다.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