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상샘 ‘全절제술’ 세계적 명성… 선진국 환자도 밀물
중앙대병원 갑상선센터 치료팀이 갑상샘암 재발 환자의 치료법 대해 논의하고 있다. 치료팀은 “협진을 통해 환자에게 가장 적합한 치료법을 결정한다”고 설명했다. 중앙대병원 제공
수술은 진단 이후 3일 뒤에 진행됐다. 감상샘이 있는 목 아랫부분을 5cm 크기로 절개한 뒤 암세포 덩어리가 발견된 갑상샘 전체를 도려낸 뒤 성대와 기도를 살려내는 대수술이었다. 뇌와 연결된 경동맥이나 기도를 잘못 건드리면 환자의 생명은 곧바로 위험해질 수 있었다. 갑상샘 뒤의 식도와 성대를 관장하는 신경다발도 수술 도중 다치기 쉬운 부위였다.
치료팀의 손놀림은 로봇만큼 정교했다. 성대를 관장하는 신경을 거의 건드리지 않고 갑상샘을 1시간 만에 들어냈다. 기도 외벽과 성대에 붙어 있던 암세포는 면도하듯이 깎아냈다. 림프절에 들어간 암세포도 말끔하게 없앴다. 성대에 침범한 암세포를 도려낸 자리에는 플라스틱을 넣은 뒤 찢어진 성대를 다시 이어 붙였다. 성대 성형술까지 걸린 시간은 4시간.
○ 후유증을 막아주는 공격적인 수술
갑상샘암은 다른 암과 달리 진행이 매우 느리고 진행 정도와 상관없이 수술로 완치할 수 있다. 하지만 수술 방식을 잘못 결정하거나 수술 이후 관리에 실패하면 암이 재발하거나 다른 장기로 전이될 위험이 크다.
특히 10년 전 갑상샘암 수술을 받은 일부 환자가 최근 재발해 또다시 수술대 위에 오르는 일이 빈번해지고 있다.
치료팀은 갑상샘에서 암세포가 발견되면 환자의 후유증을 막는 치료 방식을 최우선으로 선택한다. 치료팀을 이끌고 있는 조보연 교수(내분비 내과)는 “갑상샘암은 초음파만으로는 30% 이상 찾아낼 수 없다. 암세포가 발견된 부위만 잘라냈다가 다른 부위에 암세포가 자라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공격적인 수술 방법을 우선 고려한다”고 말했다.
1차 수술 단계에서 갑상샘 전체를 잘라내는 전(全)절제 수술은 갑상샘암 재발을 막기 위한 최선의 대책으로 꼽힌다. 이 수술은 의료 선진국인 미국에서도 난도가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조 교수는 “전절제는 수술 도중 생명과 직결되는 기도와 경동맥을 건드릴 위험과 함께 성대 신경과 부갑상샘 기능 저하로 인한 후유증을 우려해 선진국 의사들도 기피해왔다”고 설명했다.
캐나다 목사였던 폴 대니얼 씨(55·가명)는 2001년 갑상샘암에 걸려 갑상샘 절반을 잘라내는 반(半)절제 수술을 받았지만 암세포가 또 발견됐다. 지난해 12월 캐나다 한인 교포의 도움으로 치료팀을 찾아온 대니얼 씨는 재수술 이후 교회에서 설교를 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휩싸였다. 하지만 치료팀은 갑상샘과 림프절로 전이된 암 조직을 깨끗이 제거하는 수술을 마치고 그의 목소리를 되찾아줬다. 그는 수술 후 5일 만에 캐나다로 돌아가 목회 활동을 재개했다.
○ 안구돌출 복합질환도 치료
치료팀의 의술이 빛을 내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3월부터다. 당시 중앙대병원은 새로 증축한 병원 별관 2층 전체에다 갑상선센터를 마련하고 서울대병원에 있던 조 교수를 센터장으로 임명했다.
40년 치료 경험과 연구 실적을 올렸던 조 교수는 내분비내과, 외과, 영상의학과, 병리과 등 전문의 12명과 협진팀을 꾸렸다. 협진 시스템이 마련되자 갑상샘 질환을 앓고 있던 환자들은 병원 방문 당일 진료와 검사를 모두 받을 수 있게 됐다. 수술도 검사 이후 2, 3일 안에 받을 수 있었다.
갑상샘암 수술 후 쉰 목소리 치료를 위한 이비인후과 음성클리닉, 갑상샘 질환이 있는 임산부와 가임 여성들을 위한 산부인과 산모클리닉과의 협진도 활발하다.
복합 질환 및 증증 질환에 대한 치료가 증가하면서 치료팀의 실적도 1년 만에 가파르게 올라갔다. 지난해 외래 진료를 통해 치료팀을 찾은 환자는 3만1199명으로 협진 시스템이 가동되지 않았던 전년도의 두 배가량으로 늘었다. 갑상샘암 수술도 지난해 550건으로 전년도 157건의 3.5배로 증가했다.
정위용 기자 viyonz@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