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유방암학회에 따르면 1996년부터 2008년까지 유방암 발생률이 3.5배 이상 늘었다. 연간 발생 환자는 2006년에 1만1275명으로 처음으로 1만 명을 넘었다. 2008년에는 1만3859명이 유방암에 걸려 2년 사이에만 23% 증가했다. 2002년 대비 2008년 유방암 환자 발생 증가율은 91%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가장 높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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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령대별로 보면 2008년에는 40대 이하 유방암 환자가 전체의 절반 이상(55.7%)을 차지했다. 이 중 40대가 약 39.8%로 가장 많았다.
이는 40세 이상부터 폐경 후 여성에게 주로 발생하는 미국이나 유럽과 크게 대비된다. 전체 유방암 환자의 95%가 40대 이후인 미국과는 달리 한국은 30, 40대 여성의 유방암 발생률이 높고 그 이후로는 점차 감소하는 양상이다.
유방암의 발병 원인이 100% 규명되지는 않았지만 전문가들은 젊은 여성의 유방암 증가를 서구화된 식습관, 늦은 결혼과 출산으로 설명하고 있다.
백남선 이대여성암전문병원장은 “모든 암의 원인 중 음식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듯이 유방암도 기름지고 열량이 높은 음식의 섭취량이 많을수록 증가한다”면서 “40대 이전 여성은 1960년 이전에 출생한 여성보다 서구식 생활을 해온 기간이 길어서 앞으로도 발병률이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유방암을 어떻게 하면 막을 수 있을까? 조기 임신 및 출산, 모유 수유, 식이요법, 운동, 예방약, 조기 검진이 해답이라고 의료진은 설명한다. 이대여성암전문병원의 문병인 교수(유방암·갑상선암센터장)는 “첫째 아이의 출산 연령이 1년 늦어질수록 유방암 발생 위험성이 3%씩 증가하며, 모유를 1년 더 먹이면 유방암의 가능성이 4.3%씩 감소한다는 보고가 있다”고 말했다.
유방암을 예방할 수 있는 식품으로는 콩류 및 콩으로 만든 음식(두부 된장 청국장 등), 과일 및 채소, 녹차, 유제품 및 비타민D가 대표적이다. 반면 피해야 할 음식으로는 술, 고지방 음식, 과다한 탄수화물 음식, 직화구이 음식이 있다.
콩은 식물성 여성 호르몬인 피토케미컬과 피토에스트로겐을 많이 포함하고 있다. 이것이 여성 호르몬 수용체의 발현을 낮게 해 유방암 억제에 기여한다.
과일과 야채를 섭취하면 항산화제와 섬유소를 통해 유방암을 억제할 수 있다. 녹차 성분인 폴리페놀, 카테킨은 항산화 작용을 해 유방암 조직의 혈관 성장을 둔화시킨다. 칼슘과 비타민D가 풍부한 유제품 역시 우리 몸의 성장 호르몬을 대표하는 지표인 인슐린 성장 인자의 양을 증가시켜 유방암의 위험성을 줄인다.
문 교수는 “적절한 유산소운동과 근력운동 같은 무산소운동을 잘 병행해야 하지만 이 중에서도 걷기나 뛰기 등 유산소운동이나 땀이 어느 정도 나는 운동이 좋다”면서 “1주일에 4∼5일, 30분에서 1시간 정도씩 땀이 나도록 운동하면 유방암 예방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여성 유방암은 다른 암과 비교해 조기 발견만 하면 완치율이 90%가 넘는다. 조기검진이 아주 중요한 이유다.
국내에서 유방암을 의심할 만한 증상이 없는데도 검진을 통해 유방암 진단을 받는 경우가 최근 13년간 5배나 많아졌다. 또 유방암 검진이 증가하면서 유방 조직을 보존하는 부분절제술(유방보존술)도 3배가량 증가했다. 유방부분절제술의 증가는 여성 환자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이대여성암전문병원 의료진이 디지털 유방촬영기로 유방암 검사를 하고 있다. 유방암은 조기에 발견하면 완치율이 90%를 넘을 정도로 의술이 발전됐다. 이대여성암전문병원 제공
백남선 병원장은 “조기 발견은 무엇보다 치료 후의 완치 가능성을 매우 높여줄 뿐만 아니라 환자가 가장 두려워하는 항암 치료를 피할 수 있게 한다”면서 “수술 범위를 축소시킴으로써 미적 만족도도 크게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진한 기자·의사 likeda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