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수에게 퍼펙트게임 다음 가는 영예는 안타도 점수도 내주지 않는 노히트노런이다. 한국 프로야구에서 11번 나왔다. 첫 영광은 1984년 5월 5일 해태 방수원 투수 몫이었다. ‘땜빵 선발’로 나와 세운 대기록이자 방 투수에게 그해 유일한 승리(1승 8패)였다. 패전 처리 전문에 가까웠던 방 씨는 “오래 던질 생각도 없었고 그냥 포수가 요구하는 대로 정신없이 던졌다”고 회고했다. 1988년 4월 노히트노런에 성공한 OB 장호연은 시속 130km 정도의 직구를 섞어 위업을 이뤘다. 현재 기아에서 활약하고 있는 윤석민 투수의 변화구가 140km를 넘으니 그보다 훨씬 빨라야 할 직구로는 턱없이 느린 속도다.
▷미국에선 퍼펙트게임을 이룩한 투수 중에 사이 영, 샌디 쿠팩스, 랜디 존슨 같은 ‘전설’도 있지만 의외로 B급 투수가 꽤 많다. 1922년 4월 시카고 화이트삭스 소속으로 퍼펙트게임을 달성한 찰리 로버트슨은 9년 동안 통산 49승 80패에 그친 ‘별 볼 일 없는’ 투수였다. 한 시즌도 승리가 패배보다 많았던 적이 없었다. 22일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21번째 퍼펙트게임을 기록한 화이트삭스 소속의 필립 험버도 완투는커녕 완봉승도 거둔 적 없는 헐값의 무명선수다.
하태원 논설위원 triplet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