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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설수설/하태원]야구 퍼펙트게임

입력 | 2012-04-24 03:00:00


영화 ‘퍼펙트게임’은 1987년 5월 프로야구 롯데의 투수 최동원과 해태 선동렬이 각각 209개와 232개의 공을 던지며 15회 연장 혈투를 벌였지만 2-2로 승부를 가리지 못했던 내용을 다뤘다. 하지만 진짜 퍼펙트게임은 투수가 한 명의 타자도 1루에 내보내지 않고 경기를 끝내는 것을 말한다. 30년 동안 1만3400여 경기를 치른 한국 프로야구에서 퍼펙트게임은 한 번도 없었다. 143년 전통의 미국 프로야구에선 39만 경기를 치러 21번의 퍼펙트게임이 나왔다. 1만8571경기에 한 번 꼴로 나오는 진기록이다. 퍼펙트게임을 두 번 기록한 투수도 없었다.

▷투수에게 퍼펙트게임 다음 가는 영예는 안타도 점수도 내주지 않는 노히트노런이다. 한국 프로야구에서 11번 나왔다. 첫 영광은 1984년 5월 5일 해태 방수원 투수 몫이었다. ‘땜빵 선발’로 나와 세운 대기록이자 방 투수에게 그해 유일한 승리(1승 8패)였다. 패전 처리 전문에 가까웠던 방 씨는 “오래 던질 생각도 없었고 그냥 포수가 요구하는 대로 정신없이 던졌다”고 회고했다. 1988년 4월 노히트노런에 성공한 OB 장호연은 시속 130km 정도의 직구를 섞어 위업을 이뤘다. 현재 기아에서 활약하고 있는 윤석민 투수의 변화구가 140km를 넘으니 그보다 훨씬 빨라야 할 직구로는 턱없이 느린 속도다.

▷미국에선 퍼펙트게임을 이룩한 투수 중에 사이 영, 샌디 쿠팩스, 랜디 존슨 같은 ‘전설’도 있지만 의외로 B급 투수가 꽤 많다. 1922년 4월 시카고 화이트삭스 소속으로 퍼펙트게임을 달성한 찰리 로버트슨은 9년 동안 통산 49승 80패에 그친 ‘별 볼 일 없는’ 투수였다. 한 시즌도 승리가 패배보다 많았던 적이 없었다. 22일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21번째 퍼펙트게임을 기록한 화이트삭스 소속의 필립 험버도 완투는커녕 완봉승도 거둔 적 없는 헐값의 무명선수다.

▷2010년 메이저리그 디트로이트의 투수 아만도 갈라라가는 27번째 선수를 범타로 처리했지만 1루심의 오심으로 대기록을 놓쳤다. 8회까지 완벽하게 던졌지만 기록을 의식하면서 황당한 실수를 하거나 야수의 보이지 않는 실책으로 아웃 카운트 하나를 남기고 퍼펙트게임을 날리는 경우도 종종 있다. 실력만으로는 해낼 수 없는 ‘신의 선물’이기에 ‘완전 게임’은 더 아름다울지 모른다.

하태원 논설위원 triplet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