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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40 열린포럼 ‘할 말 있습니다’] ‘女超 교단’ 男교사 할당제 필요한가

입력 | 2012-04-24 03:00:00

“性역할 균형위해 男교사 필요” vs “女교사도 생활지도 문제없다”




남교사 할당제를 주제로 한 ‘2040 열린 포럼’이 1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로 동아미디어센터 20층에서 공주교대 전제상 교수의 사회로 진행됐다. 중고교생, 현직 교사, 학부모 등이 참여해 열띤 토론을 벌였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 요즘 초등학교 학부모 사이에는 “남자 담임을 만나면 로또”라는 말이 돈다. 여자 선생님이 워낙 많다 보니 초등학교 6년 내내 자녀가 남자 담임선생님을 한 번도 못 만나는 일이 비일비재하기 때문이다. 2010년 기준으로 여교사 비율은 초등학교 75%, 중학교 66%, 인문계 고등학교 46%였다. 최근 몇 년간 여성 임용고사 합격자 비율이 90% 이상인 것을 감안하면 여교사는 계속 급증할 것으로 전망된다. 교단의 ‘여초’ 현상이 심해지자 남교사 할당제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에 서울시교육청은 남교사 신규임용 할당제를 검토하고 있다. 국회에는 교원 남녀성비 불균형 해소법안도 발의된 상태다. 동아일보는 10일 서울 종로구 세종로 동아미디어센터에서 초중고교 교사, 예비교사, 학생, 학부모와 함께 남교사 할당제에 대한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봤다. 교원 임용 분야의 전문가인 전제상 공주교대 교수가 현황과 국제 흐름을 짚어줬다. 》
○ 찬성 “남녀 선생님 모두 접해야”

학부모는 남자 교사에 대한 요구가 높았다. 대학생과 고교생 자녀를 둔 김은희 씨는 “내 아이가 12년의 교육과정을 거치는 동안 어느 한쪽 성별의 선생님만 만나는 것이 학부모로서는 끔찍하다”고 말했다. 최승숙 씨도 “아이가 초등학교 4학년이 되도록 남자 선생님을 못 만나서 남자 선생님은 무섭다는 선입견을 갖고 있더라. 아이에게는 학교가 첫 사회인데 다양한 구성원을 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이들은 할당제까지는 아니더라도 군 가산점제 같은 정책적 배려를 통해 남자 교사를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중학생 김지유 양은 “초등학교 때 남자 선생님을 한 번도 못 만나서 편견이 있었는데 중학교에 와서 보니 꼼꼼히 지도해 주셔서 놀랐다”고 말했다. 김 양의 어머니 최정인 씨도 “남편이 너무 바빠서 아이들이 아빠를 자주 보지 못했는데 남자 선생님을 만나면 좋은 영향을 받더라”라고 말했다.

올해 중학교에 입학한 서지목 군은 “초등학교 고학년 때 여자 선생님만 있으니까 아이들이 선생님한테 욕을 하고 책상을 던져도 그냥 넘어갔다. 중학교엔 남자 선생님이 많아서 이런 일이 없으니까 좋다”고 말했다.

인원이 적은 탓에 얼마 안 되는 남자 교사가 현장에서 궂은일을 도맡는다는 점을 지적하는 이들도 있었다. 이은주 교사는 “우리 학교 교사 40명 중에 남자 교사가 4명뿐인데, 이들이 ‘노가다’를 한다는 하소연을 한다. 운동회 준비를 하거나 만국기를 달려고 나무 위에 올라가는 것은 남교사 몫이다”라고 말했다.

초등학교 6학년 담임인 김상돈 교사는 “5년간 여자 담임만 겪은 여학생이 처음으로 남자 담임인 내 목소리를 듣고 충격을 받았을 정도로 남교사가 없다. 남교사 자신도 주위에 롤 모델이 없어 힘들다”며 할당제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김은실 대왕초교 교장은 “교대에 들어갈 실력이면 남교사의 임용고사 점수가 약간 부족해도 초등학생을 가르치기에 부족하지 않다”면서 “생활지도나 대외활동을 원활히 하려면 남교사를 어느 정도 할당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부 학교에서는 여교사를 꺼려 남교사를 원한다는 얘기도 나왔다. 30년간 중고생을 가르친 박종철 교사는 “아직 우리 사회가 가정 일을 여성에게 맡기는 분위기라서 결근이나 조퇴를 하는 교사 중에는 양육 부담을 진 여교사가 많다. 고교 관리자들은 여교사를 선호하지 않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 반대 “남녀 교사 구분은 편견”


남교사를 인위적으로 늘릴 필요는 없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았다. 남녀 교사의 역할을 구분 짓는 것 자체가 편견이라는 지적도 있다.

조인영 교사는 “여교사라고 해서 체육이나 생활지도가 안 된다는 생각은 사회적인 편견이다. 학교폭력 대책으로 남교사 할당제를 내놓는 것도 학교폭력을 힘과 권위로 해결하겠다는 잘못된 생각이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평교사는 여초라지만 관리자는 남초 현상이 있다”고 덧붙였다.

고교생 김민규 군도 “우리 학교 여자 선생님들은 성격이 강하셔서 굳이 남자 선생님이 필요한 것 같지 않다”면서 “남학생의 여성화를 우려하는 의견도 있지만 요즘은 남자도 완력보다는 부드러움이나 정보를 잘 받아들이는 능력이 중요하지 않으냐”고 반문했다.

교대생 김은송 씨는 “남교사가 운동회 준비 같은 잡무를 하는 게 문제가 된다면 이런 일을 할 직원을 뽑아야지 잡무용 남교사를 늘리는 게 맞느냐”고 되물었다.

다만 남교사 할당제에 반대하는 이들 중에서도 특정 부분에서는 남교사의 역할이 필요하다는 견해도 나왔다. 중등 경력 20년의 한경화 교사는 “요즘 남자아이들이 굉장히 빠르게 여성화되고 있어서 남교사들이 아이들에게 영향을 좀 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면서 “특히 남학생의 성교육이나 성문제 상담은 여교사가 잘 몰라 힘든 측면도 있다”고 전했다.

민성기 도봉고 교감도 “요즘은 한부모가정이 적지 않아 아이들이 가정에서 한쪽 성만 접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성 역할 모델의 균형을 위해서는 남교사를 늘릴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예비 교사 “임용 방식 개선해야”


예비 교사들의 상당수는 교육대, 사범대 교육과정과 임용고사의 근본적인 문제를 지적했다. 교대생 황정훈 씨는 “교대에 여학생이 많으니까 커리큘럼이나 평가 과목 자체가 서예나 뜨개질처럼 여성화돼 있다”고 지적했고, 김두섭 씨는 “여학생이 워낙 많으니까 임용고사 스터디도 여학생 위주로 구성된다”고 전했다.

교사라는 직업 자체가 여성의 전유물처럼 된 분위기를 바꿔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사범대생인 이재훈 씨는 “여성을 교직으로 내모는 사회적인 구조를 봐야 한다. 사기업에서 출산 휴가나 양육권이 제대로 보장되지 않으니 여성이 교직으로 몰리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윤희연 씨는 “교직 과정에서 상대 성별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것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두 시간 남짓한 토론 결과 남교사가 늘어나야 한다는 데에는 찬성하지만 인위적인 할당제는 무리라는 의견이 대다수를 차지했다. 특히 남교사 할당제의 직접 이해 당사자인 교대생, 사대생들은 암기 위주의 임용고사 시스템을 개선해 인성과 다양성을 평가하고, 군 가산점을 적용해 자연스럽게 남교사가 늘어나도록 해달라는 요구가 높았다. 전주오 교사는 “현 임용고사는 필기 성적, 시범수업만 보고 뽑는다. 인성이나 업무 처리 능력도 평가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김희균 기자 foryou@donga.com  
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 전제상 공주교대 교수 “남성들 교직 기피… 유능한 인재 오도록 ‘당근’ 제시해야” ▼


“남교사 할당제는 단순히 남녀평등이나 현황만을 고려해서 결정하기 어려운 문제입니다. 교육적 관점에서 교육계와 정부, 국회가 종합적으로 판단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날 포럼에서 발제와 사회를 맡은 전제상 공주교대 교수는 남교사 할당제가 역차별 소지를 안고 있지만 교단의 여성화로 여러 문제점이 드러나고 있기 때문에 신중하게 고민해야 할 과제라고 강조했다.

그는 먼저 “최근 교단이 급격히 여성화하면서 교사들이 균형 있는 성 역할 모델을 제공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학생들이 학교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는 데다 가정에서 아버지를 만나기 쉽지 않은 상황에서 지나치게 높은 여교사 비율은 학생들에게 남성의 역할을 올바로 이해시키지 못한다는 것이다.

또 전 교수는 “여교사는 흡연이나 폭력, 학생 간 싸움 등의 문제가 일어났을 때 이를 지도하는 데 상대적으로 어려움을 겪는다”고 말했다. 최근 학교폭력 문제가 심각한 가운데 생활지도 측면에서는 남교사가 여교사보다 우수하다고 분석한 연구가 많다는 것이다.

하지만 전 교수는 남교사 할당제가 남녀평등이나 우수교사 확보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그는 “남교사 할당제는 공공부문에서 여성 참여를 늘리는 정부 정책과 어긋난다. 특히 일부 교대의 입학정원에 남성 할당제가 실시되고 있는 상황에서 초등학교에 할당제를 적용하면 이중혜택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른바 ‘여초’ 현상은 최근 10여 년 새 두드러졌지만 과거에는 남교사가 월등히 많았다는 점에서 남교사 할당제가 여성에 대한 역차별로 비칠 수 있다는 점도 언급했다. 그는 “임용시험 성적이 떨어지지만 소수집단에 속한다는 이유만으로 남성을 우선 선발하는 것은 우수한 교사를 확보하는 데 문제가 된다”고 덧붙였다. 전 교수는 남교사 할당제는 국가 차원에서 충분히 논의해 합의를 이끌어낸 뒤 도입 여부를 결정해야 할 과제라고 밝혔다.

이와는 별도로 현재 남성이 교직을 기피하는 이유에 대한 과학적인 분석과 대책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유능한 남성이 교직에 많이 도전할 수 있도록 현실적인 유인책을 제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 포럼 참석자 명단

▽교장

김은실 대왕초(57)

▽교감
민성기 도봉고(56)

▽교사
김상돈 공릉초(43)
박종철 개웅중(52)
이은주 신화초(53)
전주오 성남 금빛초(35)
조인영 인천 완정초(34)
한경화 천안 동성중(45)

▽교대생
김두섭 서울교대(23)
김수현 서울교대(21)
김은송 서울교대(22)
황정훈 서울교대(21)

▽사범대생
염세미 서울대(23)
윤희연 성신여대(22)
이재훈 서울대(22)
조윤지 고려대(21)
현근지 한양대(23)

▽중고교생
김민규 경복고(16)
김지유 중앙중(14)
서지목 동도중(13)

▽학부모
김은희 (53)
최승숙 (39)
최정인 (51)

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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