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배우 차인표 씨는 2002년 배우라면 누구나 출연을 꿈꾸는 영화 ‘007 시리즈’에 북한군 장교로 캐스팅됐으나 “영화 시나리오가 북한의 실상을 심하게 왜곡했고 휴전선을 지키는 이들이 한국군이 아니라 미군으로 묘사돼 있다”며 거부했다. 최근 차 씨는 중국대사관 앞에서 있었던 탈북자 북송 반대 시위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차 씨의 북한 장교 역할 거부에 환호했던 좌파 진영은 이번엔 싸늘하게 반응했지만 그의 신념은 확고했다. “탈북자 문제는 정치적 이념과 외교의 문제가 아니라 양심과 상식의 잣대로 판단해야 한다”고 그는 말했다. 백번 옳은 말이다.
▷차 씨가 최근 한 TV프로그램에 출연해 “다시 태어나도 지금의 아내와 결혼할 거냐”는 질문에 망설임 없이 “그렇다”고 말했다. 배우 신애라 씨다. 이 부부는 직접 낳은 아들 말고 두 딸을 입양해 기르고 있다. 신 씨는 입양한 딸들을 잘 키우고 싶어 한동안 연예활동을 중단했다. 초등학교 6학년 시절 1년간 홈 스쿨링으로 가르친 아들은 인성을 중시하는 교육을 하는 대안 중학교에 보냈다. ‘학원에 보내지 않겠다’는 각서에 기꺼이 서명하면서.
▷신 씨는 2003년부터 아시아 아프리카 남미의 극빈가정 어린이와 1 대 1 결연을 맺고 후원해주는 국제어린이양육기구 컴패션의 홍보대사를 맡고 있다. 컴패션 후원자인 남편 차 씨도 홍보대사인 아내를 대신해 인도를 방문한 뒤 봉사에 눈을 떴다고 말했다. 신 씨는 남편보다 먼저 선행에 눈뜨고 기부와 나눔을 실천해 왔다. 부(夫)와 부(婦)가 바뀐 부창부수(婦唱夫隨)인 셈이다.
▷신 씨가 교육과학기술부의 학부모를 위한 팟캐스트 ‘신애라와 함께 하는 필(必)통(通)스쿨’의 진행을 맡아 학교폭력 근절의 전도사로 나섰다. 그는 “학교폭력의 책임을 학교에만 돌려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우리나라 부모들은 자기들이 주고 싶은 사랑만 자녀들에게 주는 것 같아요. 아이들이 받고 싶은 사랑은 따로 있는데 말이죠.” 그는 아이들의 학업 스트레스가 학교폭력의 큰 원인이라고 보고 이 생각을 여러 학부모와 나누고 싶다고 밝혔다. 요즘 정파성(政派性)을 띤 시위현장에 나타나고 정치적 발언에 열을 올리는 연예인을 ‘개념 연예인’이라고 부르는 사람들이 있지만 진짜 개념 연예인이란 신 씨 같은 사람이 아닐까 싶다.
정성희 논설위원 shch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