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받은 돈 대선 여론조사에 썼다”→ 24일 “개인적으로 썼다”…최시중 하루만에 말 뒤집은 까닭은
최 전 위원장은 “파이시티 측에서 받은 돈을 내 개인적 활동을 하면서 모두 썼다”고 말을 바꾼 배경으로 사실관계를 정확히 밝히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23일 언론 인터뷰에서 “내가 2006년부터 여러 가지 일을 많이 했잖아. MB(이명박 대통령)하고 직접 협조는 아니라도 내가 독자적으로 여론조사를 하고 했거든. 그걸 비롯해서 아까도 말했지만 정치는 사람하고 돈 빚 지는 거 아니야”라고 밝혔지만 돈을 받은 시점이 대선이 다가오는 시절이어서 얼떨결에 “여론조사”를 언급했다는 것이다. 그는 “MB 대선자금으로 쓰였다는 말이 나오는데 모두 말도 안 되는 소리다”고 못 박았다. 최 전 위원장이 새로 밝힌 사실관계의 요지는 ‘파이시티 측에서 받은 돈은 개인적으로 모두 썼고, 당시에 개인적으로 여론조사를 하긴 했지만 파이시티에서 받은 돈이 거기에 사용됐다고 말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그는 특히 “돈이 꼬리표가 달린 것도 아닌데 어떻게 그 돈이 거기에 사용됐다고 말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최 전 위원장의 발언 번복에는 이 발언이 알려진 후 청와대가 불쾌한 반응을 보이면서 “개인적인 비리 의혹일 뿐”이라며 선긋기에 나서자 부담감을 느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청와대가 전날 “여론조사에 돈을 썼다”는 발언에 놀라 최 전 위원장과 모종의 ‘거래’를 해 양측이 입장을 조율한 뒤 최 전 위원장이 발언을 뒤집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최 전 위원장의 발언은 파이시티 비리 의혹 사건에 이 대통령을 물고 들어갈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물귀신 작전’ ‘청와대를 향한 시위’란 관측을 낳기도 했다.
○ 정치적 파문 확산
최 전 위원장의 ‘대선 여론조사 사용’ 발언은 여야 정치권에 즉각적인 파문을 던졌다. 당장 야당에서는 “검찰은 불법 대선자금의 몸통을 정확하게 타격해야 한다”며 불법 대선자금 수사를 요구했다. 파이시티 측에서 금품을 받았다는 점만 인정하면서 대가성이 없었다는 점을 강조하는 과정에서 내뱉은 ‘대선 여론조사 사용’이 정치권에서 대선자금 의혹으로 급격히 비화된 것이다.
최 전 위원장이 “대선자금 사용”과 무관하다며 말을 바꾸었지만 검찰에서 자신의 의도대로 소명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란 분석도 있다. “개인적으로 썼다”는 것을 구체적으로 소명해야 하지만 2007년 당시 돈 지출 명세를 모두 기억하거나 관련 자료를 확보해 제출하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이태훈 기자 jeff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