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가장 바빴던 이는 현정화 대한탁구협회 전무(43)였다. 그는 탁구대 앞에 서지도 못했다. 분 단위로 걸려오는 전화에 응답하느라 쉴 틈이 없었다. 7월에 개막하는 2012년 런던 올림픽 남녀 탁구 대표팀을 손수 챙기기 위해서였다. 여기에 5월에 개봉하는 영화 ‘코리아’를 홍보하느라 그의 휴대전화기는 불이 날 지경이었다.
‘코리아’는 1991년 남북한 단일팀이 우승을 차지한 일본 지바 세계탁구선수권을 소재로 한 영화다. 이 영화의 제작에 물심양면으로 지원한 그는 “흥행 대박이 나야 한다”고 했다. 남과 북이 탁구를 통해 하나가 됐던 추억을 많은 사람이 알아야 한다는 얘기였다.
현 전무의 탁구 선배인 이에리사 전 태릉선수촌장(58·용인대 교수)은 4·11총선에서 새누리당 비례대표로 국회의원에 당선됐다. 이 전 촌장은 1973년 4월 10일 유고 사라예보 세계선수권 여자 단체전 결승에서 일본을 꺾고 한국 구기 사상 첫 단체전 세계 제패를 이끈 주인공이다.
이 전 촌장에게 첫 탁구인 출신 국회의원이 되는 소감을 묻자 “어깨가 무겁다”고 했다. 태릉선수촌장 시절 쓴소리를 마다하지 않았던 그였지만 이제는 모든 게 조심스럽다는 거였다. “국회의원이 됐다고 체육계를 좌지우지하려 한다는 말은 듣고 싶지 않다. 선후배의 조언을 듣고 체육계의 현안을 차분히 챙기겠다.”
황태훈 스포츠레저부
황태훈 스포츠레저부 beetlez@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