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나 왜그리 자상하고 유머 있는지…혹독한 자기관리 ‘후배들에게 거울’
008년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장미란과 박태환은 남매 못지않게 친한 사이다. 2010년 광저우 아시아경기대회 결단식에서 장미란이 머리를 빨갛게 염색한 박태환에게 “너, 보라돌이야?”라고 묻자 박태환이 웃음을 터뜨리고 있다. 동아일보DB
베이징 올림픽 이후로는 가는 곳마다 누나와 나란히 붙어 앉는 때가 많았다. 대한체육회도 그랬고 행사를 마련하는 단체도 그렇고 ‘국민 남매’로 불리게 된 우리 둘을 나란히 붙어 앉게 해줬다. 서울 광화문에서 열렸던 베이징 올림픽 ‘환영 국민대축제’ 때는 공동 기수로 태극기를 함께 들었다. 충북 진천의 국가대표 종합훈련원 기공식 행사 때는 공동 사회를 맡기도 했다. 호주에서 전지훈련을 하다가 동아수영대회 출전을 위해 15일 귀국하자마자 누나한테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서로 바쁘기 때문에 얼굴을 자주 보지는 못하지만 우린 절친한 사이다.
누나는 자기 관리가 철저하다. 누나보다 자기 관리를 더 잘하는 선수가 있을 수도 있겠지만 어쨌든 내가 본 운동선수 가운데 자기 관리를 제일 잘하는 사람은 미란이 누나다. 나도 자기 관리를 못하는 편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누나를 보면 내가 아직 부족하다고 느껴질 때가 있다.
운동선수들은 대개 부상을 당하기 전까지는 몸 관리에 소홀한 부분이 조금씩 있게 마련이다. 아픈 데가 생겨야 몸 관리의 중요성을 절감한다. 하지만 누나는 그렇지 않다. 특별히 아픈 데가 없을 때도 매사에 철저히 조심했다. 태릉선수촌에 함께 있을 때 누나가 시간을 허투루 쓰는 걸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누나의 빈틈없는 자기 관리는 태릉선수촌에 있던 다른 종목 트레이너들도 다 인정했다. 이렇게 자기 관리를 잘하던 누나가 최근 들어 부상으로 힘들어한다는 소식을 전해 듣고 안타까웠다.
누나는 자상하고 세심하다. 태릉선수촌에서 함께 훈련할 때 누나는 국가대표 선배로서 이런저런 조언을 종종 해줬다. 그런데 누나 말을 듣고 있는 동안에는 조언인 줄 모를 때가 많았다. 뒤돌아서서 생각해 보면 그때서야 ‘나한테 조언을 한 거였구나’ 싶었다. 누나한테 직접 물어보지는 않았지만 나를 배려해서 그랬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조언 하나를 해도 대놓고 하기보다는 듣는 사람 기분까지 배려해 가며 에둘러 얘기하는 속 깊고 세심한 사람이다. 이런 섬세한 성격 덕분에 누나가 역도를 잘할 수 있었던 게 아닌가 싶다. 누나는 말을 잘하고 유머감각도 있다. 같이 있다 보면 즐겁고 유쾌한 사람이다. 누나가 출연한 방송이나 인터뷰 장면을 볼 때마다 말을 참 조리 있게 잘한다는 느낌을 받는다. 짧은 시간에 자기 생각을 정리해 차분하게 표현하는 걸 보면 머리가 참 좋은 것 같다. TV 오락 프로그램에 출연해서도 주눅 들지 않고 연예인처럼 말을 참 잘하는 걸 봤다. 누나는 농담도 잘한다. 이런 얘기까지 하면 누나가 싫어할지도 모르겠는데 행사 때 같이 앉아 있다 보면 “태환아, 얼굴 앞으로 좀 더 내밀어야지” 하고 농담처럼 살짝 얘기할 때도 있다. 자기 얼굴이 방송이나 신문에 더 크게 나오는 게 싫은 모양이다.
나도 누나도 지금의 목표는 올림픽 2연패다. 내가 예전에 누나한테 안부 삼아 전화를 걸었을 때 “휴대전화 뒷자리 번호를 런던 올림픽이 열리는 해인 2012로 바꿨다”고 얘기한 적이 있다. 그랬더니 며칠 있다 누나가 “나도 휴대전화 뒷자리 번호를 2012로 바꿨다”고 전화를 했다. 이 일이 언론을 통해 내가 누나한테 ‘같은 번호로 바꾸라’고 권한 것처럼 잘못 알려졌다. 사실은 누나 스스로 바꾼 것이다. 그만큼 런던 올림픽 금메달에 대한 누나의 의지가 강하다고 볼 수 있다. 누나가 부상에서 완전히 회복한 상태로 런던 올림픽에 나선다면 당연히 금메달을 딸 것이라고 생각한다. 누나와 함께 올림픽 2연패를 이뤘으면 좋겠다.
정리=이종석 기자 wi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