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최시중 파이시티 금품수수 파문]이정배 前대표 “이동율에게 현금 40억-계좌로 21억원 최시중-박영준에 가는 걸로 알고 줬다”

입력 | 2012-04-26 03:00:00

‘인허가 로비’ 이정배 파이시티 前대표 인터뷰
李씨, 어디 쓴다는 말 없이 20차례 가져가… 2005년 하반기엔 내가 직접 崔에 1억 전달
2008년엔 박영준 이사비 10억 계좌로 송금… 崔 “2억 후원금으로 받았다” 검찰 진술




파이시티 인허가 비리 의혹의 핵심 인물인 이정배 전 대표(55·사진)는 25일 “이동율 사장(61·구속)에게 얼마를 줬는지 정확히 기억나지는 않지만 검찰에서 (내가) 61억5000만 원을 줬다고 하더라”며 “현금으로 30억∼40억 원 줬고 계좌로 11억5000만 원을 줬다. 그 돈은 최시중(전 방송통신위원장)과 박영준(전 지식경제부 차관)에게 전달된 걸로 알고 있었다”고 밝혔다. 또 이 전 대표는 “경찰의 횡령 사건 수사 당시 최시중 전 위원장과 호텔에서 만나 구명을 요청하자 그 자리에서 권재진 당시 민정수석에게 전화를 해 줬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이날 검찰에 소환된 최 전 위원장은 “2006년 초부터 2007년까지 서너 차례에 걸쳐 이동율 사장에게서 총 2억 원가량을 받았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 전 위원장은 “2억 원은 모두 순수한 후원금으로 파이시티 로비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며 “받은 돈은 모두 내가 개인적으로 썼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대표는 이날 동아일보 기자와 만나 “별건으로 돈을 준 게 아니라 이동율이 매달 한 번 정도씩 모두 20여 차례에 걸쳐 가져갔다. 직접 차를 몰고 와 적은 금액은 쇼핑백으로, 많은 금액은 박스로 실어갔다”고 말했다. 또 “2008년 1월 박영준이 이사를 해야 하는데 돈이 급히 필요하다고 이동율을 통해 연락해와 10억 원을 이동율을 통해 계좌로 보내줬고 나는 돌려받은 것으로 생각했는데 검찰에선 돌려받은 기록이 없다고 한다. 난 지금도 돌려받았는지 아닌지 기억이 확실치 않다”고 말했다. 결국 이동율 사장에게 준 로비자금은 최대 51억5000만 원 정도이며 박 전 차관에게는 별도로 10억 원을 빌려주고 돌려받지 못했다는 얘기다.

그는 “최시중과 박영준은 나에게 직접 돈을 요구하지 않았고 모두 이동율이 요청해 가져갔다”며 “2005년 하반기에는 해외에 있다며 이동율이 ‘네가 직접 전달해 달라’고 해 1억 원을 현금으로 최시중에게 전달했다”고 말했다.

이 전 대표는 ‘최 위원장이나 박 전 차관이 돈을 받은 사실은 어떻게 알게 됐느냐’는 질문에 “가끔 만나면 고맙다고 하기에 나도 ‘돈이 전달되고 있구나’ 생각했다”고 말했다.
▼ “박영준, 날 만나면 고맙다고 해 ‘돈 가고 있구나’ 생각” ▼

“청와대와 국민께 죄송” 파이시티 인허가 비리 의혹과 관련해 25일 오전 검찰에 출두한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이 검찰 조사 14시간여 만인 26일 오전 1시 15분경 서울 서초구 서초동 대검찰청 청사를 나서면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최 전 위원장은 “청와대뿐만 아니라 모든 국민들에게 죄송하고 사죄의 말씀을 드리고 싶다. 대통령께서 해야 될 과제가 많은데 제가 짐을 또 하나 얹어드려서 죄송스럽다. 한없는 죄책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그는 또 “이명박 대통령이 집권하고 최시중 박영준의 파워가 세지면서 이동율도 굉장히 바빠졌다”며 “이동율의 힘도 최시중과 박영준 때문에 바닥에서 정상으로 올라갔다”고 말했다. 또 “(박 전 차관에게) 인사 청탁을 하기 위해 사람들이 이동율에게 줄을 섰다”고 덧붙였다. 한편 그는 “2008년 사업이 어려워지면서 난 이동율에게 자금 지원을 중단했다”고 밝혔다.

―이동율 사장과는 어떻게 만나게 됐나.

“2004년 8, 9월 이동율이 사무실로 찾아왔다. 전에 대우에서 같이 근무한 사이지만 그 시절엔 몰랐는데 대우에서 내가 가장 존경했던 선배가 이동율을 소개해줘 만난 날 바로 의형제가 됐다. 이동율은 자신이 포항 사람이며 포항 쪽 인맥이 있고 대인관계도 넓다고 했다.”

―최 전 위원장과는 어떻게 알게 됐나.

“나는 최시중 박영준은 잘 몰랐다. 이동율이 2004년 12월경 ‘인허가가 어려울 것 같으니 최 위원장을 통해서 도와주겠다’고 말하고 바로 최 위원장을 만나게 해줬다. 이동율은 ‘최시중 위원장이 우리 누나와 결혼할 뻔했던 사이’라고 했다. 이 자리에서 파이시티 인허가 관련 사업 이야기가 오갔다.”

―박영준 전 차관도 함께 만났나.

“2005년 1월 박영준이 서울시 정무국장으로 있을 때 이동율 소개로 만나게 됐다. 당시에는 박영준이 이렇게 크게 될 줄 몰랐다. 이동율-나-최시중 또는 이동율-나-박영준 이렇게 3명씩은 만났지만 4명이 함께 만난 적은 없다.”

―돈을 줄 때 약속받은 게 있나.

“이 사업에선 인허가가 가장 중요한 것 아니냐. 이동율은 인허가 부분에 대해 본인이 역할을 해 줄 수 있다고 했다.”

―최 전 위원장이 도움을 준 게 있나.

“최시중은 성격이 권위적이고 상대를 압도했다. 지금까지 일이 진행된 것을 볼 때 그들(최시중 박영준)이 영향력을 미쳤다고 하면 일이 이렇게 복잡해지지 않았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2010년 10월 경찰청 특수수사과가 내 횡령 사건을 수사할 당시 최시중을 L호텔에서 만났다. 최시중이 ‘다른 사람 눈도 있으니 토요일 아침 7시에 조찬을 하자’고 해서 식당 안쪽 방에서 만나 사정 설명을 했더니 그 자리에서 권재진 당시 민정수석에게 전화를 하더라. 그런데 결국 구속됐고 최시중은 아무 말도 없더라. 또 2011년 11월 우리은행에 사업을 뺏길 위기를 맞아 최시중을 찾아갔더니 그 자리에서 권혁세 금융감독위원장에게 전화해 ‘억울한 일 없도록 관심 갖고 처리해 달라’고 부탁해줬다. 나갈 때 최시중이 ‘이 사장은 What to(뭘 해야 할지는)는 아는데 How to(어떻게 해야 할지)는 잘 몰라’라고 하더라. 무슨 이야기인지 짐작하고 기분이 나빴다.(이 전 대표는 인허가가 늦어지면서 파이시티 사업권을 날려 채권단인 우리은행 등이 사업을 진행했다.)

―로비한 다른 인물은 없나.

“검찰에서도 계속 이 부분을 추궁하는데 다른 인물은 없다. 서울시 공무원도 없다.”

▶ [채널A 영상]‘노무현 정권 실세에게도 로비’ 정황 포착

―이동율 사장이 돈을 가져갈 때 뭐라고 하고 가져갔나.

“따로 누구에게 얼마를 줘야 한다는 말을 한 적은 없다. 본인이 필요하다며 가져갔다. ‘다 네 일에 도움 되는 일’이라고 했다.”

한편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부장 최재경 검사장)는 이날 최 전 위원장을 불러 26일 새벽까지 조사한 뒤 돌려보냈다.

최 전 위원장은 25일 오전 10시 36분 대검 청사에 나와 취재진의 질문에 “검찰 조사에 충실하게 응하겠습니다”라고 말한 뒤 조사실로 향했다. 이 과정에서 ‘언론장악 몸통, 최시중 구속’이라고 적힌 피켓을 든 언론노조 조합원들이 최 전 위원장을 향해 달려 나오다 대검 관계자들에게 제지당하기도 했다. 조사실로 온 최 전 위원장은 여환섭 대검 중수2과장과 차를 한 잔 마신 뒤 강도 높은 조사를 받았다.

최 전 위원장은 동아일보 인터뷰와 같이 검찰 수사에서 5억 원 이상의 금품수수 사실을 시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인허가 로비 대가는 아니며 대선자금 용도로 쓴 것이 아니다”라고 의혹을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최 전 위원장을 상대로 EA디자인 이동율 사장(구속)에게 얼마를 전달받았는지, 돈 전달 경위는 어떻게 되는지를 확인한 뒤 조만간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할 방침이다.

▶본보 25일자 A1면 “여론조사 쓴돈 아니다”… 하루만에 말뒤집은 崔

특히 이 사장은 최 전 위원장의 사적 후원조직인 ‘구봉회(九峯會)’의 좌장으로 알려져 이 모임의 성격에 대해서도 의혹이 일고 있다.

검찰은 또 이번 사건과 관련해 파이시티 시행사 전 대표로부터 10억 원을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된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의 자택과 선거사무실 등 3곳을 25일 압수수색했다. 이날 압수수색 범위에는 박 전 차관의 민간인 불법사찰 관련 의혹에 관련된 서류와 증거물도 함께 포함됐다. 검찰은 압수물을 분석한 뒤 이르면 다음 주초 박 전 차관을 소환 조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신동진 기자 shine@donga.com 
최창봉 기자 ceric@donga.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