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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극장을 소개합니다]한평 연극, 천평의 울림, 세상에서제일작은한평극장

입력 | 2012-04-26 03:00:00


세상에서제일작은한평극장 제공

서울 종로구 내수동에 있는 오피스텔 ‘광화문시대’. 엘리베이터를 타고 4층에 내린 뒤 좁은 복도를 따라 가면 맨 끝에 401호가 있다. 문을 열고 들어가면 복층의 자그마한 주거용 오피스텔이지만 엄연히 공연장이다. 이름은 ‘세상에서제일작은한평극장’. 분양 면적이 1, 2층 합쳐 76m²(23평).

여기서 무슨 공연이 될까, 관객은 올까 싶은데 극장장인 심철종 씨(52)는 자신만만하다. 이 자그마한 공간에는 실험극 연출가 겸 배우인 심 씨의 공연 철학이 오롯이 담겨 있다.

심 씨는 홍익대 앞에서 ‘씨어터 제로’라는 100평 규모(최대 200명 수용) 공연장을 10년 정도 운영했지만 점점 상품화되는 공연들을 보면서 회의가 들어 극장 운영을 접었다. 그가 이 공간에서 찾으려는 것은 연극 본질의 회복이다.

“우리는 크고 화려한 것을 선호하지만 유럽과 일본에선 작은 것의 가치가 문화 곳곳에 녹아 있어요. 작은 것은 사람을 가깝게 만듭니다.”

최대 관객 수 20명인 이 극장에서 27일 오후 7시 반, 첫 공연이 열린다. 서울연극협회와 함께 공동기획한 ‘배우 100인의 독백-모노 스토리’다. 40대 이상 배우들이 자신이 출연했던 작품 중 가장 기억에 남는 대사의 독백을 곁들여 자신의 삶의 이야기를 진솔하게 얘기하는 공연. 한 번에 배우 4∼7명이 각각 10∼15분의 공연을 한다. 27일 첫 공연에는 권병길 박웅 박종상 이호성 장두이 전수환이 출연한다. 5월 12일까지 각각 다른 출연진으로 5회 공연한다. 마지막 공연엔 심 씨가 출연해 ‘햄릿 머신’의 한 대목을 들려준다.

5월 3일에는 거문고 연주자 권신애 씨의 연주회가 열린다. 5월 말 이후에는 매주 목, 금, 토요일 심 씨 자신의 1인극 ‘죽느냐 사느냐 그것이 문제로다’를 공연한다. 2시간가량 자신의 살아온 인생을 섹스, 죽음, 사랑 등의 주제로 풀어놓는다. 2만 원. 02-338-9240

김성규 기자 kims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