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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2플러스]‘봄, 눈’ 임지규 “친어머니보다 윤석화 선생님 더 닮은 듯”

입력 | 2012-04-26 11:55:00

● 윤석화 선생님, 날 보자마자 “아들”이라고…
● “가족은 숨 쉬는 것만으로도 감사한 존재”
● “영화가 끝난 후, 가족에게 전화 한 통 하게끔 했으면”



“동안이요? 다 부모님 덕분이죠!” 78년생 임지규는 34세 나이와 같지 않은 외모의 비결은 부모님께 물려받은 거라고 말하며 자신이 ‘동안’임을 인정하기도 했다. 국경원 기자 onecut@donga.com


서른넷이라고는 믿기지 않는 동안, 귀여운 얼굴 생김새까지 누가 봐도 엄마에게 귀여운 애교를 잘 떨 것 같은 아들같이 생겼다.

바로 배우 임지규(34).

아직 이름은 낯설지 모르지만 영화 ‘과속스캔들’의 ‘찌질남’, MBC 인기드라마 ‘최고의 사랑’에서 차승원 매니저라고 말하면, 무릎을 탁 치며 ‘아~ 그 사람!’이라고 할지 모른다.

그가 새 영화 ‘봄, 눈’(26일 개봉)으로 돌아왔다.

영화 ‘봄, 눈’에서 임지규는 타지에서 가족과 멀리 떨어져 지내지만 누구보다 엄마를 살뜰히 챙기는 효자인 영재 역을 맡았다. 극 중 엄마의 안부 전화가 여전히 반갑고 엄마의 손맛이 그리운, 엄마밖에 모르는 일편단심 아들이다.

- 독립영화계 ‘강동원’이라는 별명이 있다. 이번이 상업 영화의 첫 주연이다.

“상업 영화라고 해서 더 기분이 좋고 그렇진 않아요. 하지만 그 전보다 개봉관 수가 많기 때문에 많은 분들과 더 만날 수 있을 것 같아 좋아요. 독립영화는 보고 싶어도 개봉관 수가 적어 힘드니까.”

- 임지규에게 독립영화란 무엇일까.

“배우로서, 고향 같은 곳이죠. 그곳이 없었다면 ‘봄, 눈’도, ‘과속 스캔들’도, ‘최고의 사랑’도 없었을 거예요. 그곳에서 ‘임지규’다운 색을 발견했다. 만약 내가 독립영화부터 하지 않았더라면 식상한 연기자가 됐을 것 같아요. 늘 사람 냄새나는 연기를 하고 싶었는데 그런 것을 훈련하는 시간이 됐어요.”

- ‘봄, 눈’에서는 윤석화와 닮은 외모 때문에 캐스팅 됐다고.

“닮은 것 같아요. 가끔 친어머니보다 닮은 기분도 들고요. 전체적인 인상이 닮은 것 같아요. 하지만 생김새만으로 영화 캐스팅이 되진 않았겠죠. 처음 대본이 왔을 때 읽어 보곤 제가 할 수가 없을 것 같았어요. 감정연기도 너무 많고 우는 신에 두려움이 있어 우는 연기를 잘 못하거든요.시나리오는 좋지만 내 건 아니라고 생각했어요.”

- 대선배 윤석화와의 호흡은 어땠나?

“윤석화 선생님은 친근하게 대해주셨어요. 내가 자신의 아들 역이라는 걸 알고 인터넷으로 내 사진도 찾아보셨더라고요. 첫날부터 ‘아들’이라고 부르셨어요. 그 날 감독님이 머리를 짧게 잘라오라고 하셔서 머리를 자르고 갔는데 윤석화 선생님께서 ‘우리 아들은 긴 게 더 멋진데, 미용실 가서 붙여줄까?’라고 하셨어요. 또 선생님께서 ‘생일이 3월 7일이지? 영국에 있는 내 아들이랑 같네!’라고 하셨고 SNS로 생일 축하 메시지도 보내주셨어요. 연극계에선 신적인 존재이신 분에게 그런 축하를 받은 건 영광이고 감사한 일이죠.”

배우 임지규. 국경원 기자 onecut@donga.com


- ‘봄, 눈’에서 사투리 연기를 한다.

“원래 부산사람이라 잘 할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힘들었어요. 10년 만에 사투리를 쓰니 사투리 특유의 느낌이 사라졌더라고요. 근데 영재도 지방에서 상경한 거니 나와 상황이 비슷하다고 생각해 좀 어색한 사투리를 써도 괜찮겠다 싶었어요.”

- ‘봄, 눈’을 찍고 난 후 달라진 점이 있다면?

“제 가족과 좀 연결이 됐는데요. 3년 전 여동생이 하늘나라로 먼저 갔어요. ‘과속스캔들’할 때 같이 보고 제가 하는 작품 이야기도 늘 하고 그랬는데 이젠 그럴 수 없다는 거? ‘봄, 눈’에서도 엄마가 암 판정을 받고 가족과 헤어질 날을 기다리잖아요. 사람들은 언젠간 헤어질 거라는 것을 부정하고 사는데, 그런 날은 반드시 오잖아요. 제 경험과 영화를 통해 느낀 건 내 곁에 있던 평범한 가족들이 사실은 떠드는 것, 숨 쉬는 것만으로도 감사한 존재라는 걸 깨달았죠.”

- 실제로 임지규는 어떤 아들인지?

“무뚝뚝하고, 보수적이고, 고지식해요. 예전에 엄마와 통화하면 ‘밥 먹었나? 잘 지냈제? 끊자’로 거의 30초만 통화를 했어요. 그런데 여동생이 하늘나라로 가고 나서는 조금 더 엄마를 생각하게 됐죠. 엄마도 의지할 곳이 이제 아들 하나 밖에 없으니까. 한번 통화하면 더 오래 하고 더 자주 하려고 하고요. 또 명절 때만 내려가던 부산에는 종종 찾아가려고 해요.”

- 배우로서 힘든 시간도 있었을 텐데, 부모님은 어떻게 응원해주셨나?

“12년 전쯤인가요? 처음엔 배우가 꿈이 아니고 모델이 꿈이었어요. 그래서 부모님께 말씀드렸는데 아버지께서 ‘그래, 한번 해봐라’고 하셨어요. 제가 만약 부모였다면 ‘철없다’고 생각했을 텐데 그러지 않으셨어요. 그런데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렸어요. 30세가 가까워지는데 아들 노릇을 전혀 못하는 거죠. 그래서 포기하려고 했었는데 부모님께서 ‘지규야, 힘들면 그만해도 된다’라는 소리를 듣고 더 힘을 낼 수 있었어요. 지금도 부모님께 물질적으로 잘 해 드리진 못하지만 본인 아들이라고 뿌듯해하시죠.”

- 가정을 꾸리게 된다면 ‘영재’같은 아들은 어떤가?

“영재 같은 아들은 좋죠. 엄마한테 잘하고…저는 애 많이 낳고 싶어요. 돈 많이 든다고 하지만 7~8명쯤 키우고 싶어요. 사랑이 많으면 가능할 것 같아요. 가능하다면 많은 아이들과 성장하는 것도 보면서 행복한 가정을 꾸리고 싶다.”

- 마지막으로 영화 ‘봄, 눈’이 어떤 영화가 되면 좋겠나?

“이 영화는 감독님이 실제로 쓰신 실제 이야기고, 눈물을 짜내기 위해서 조미료를 낸 영화가 아닌 것 같아요. 아픔이 있는 사람이 가슴으로 쓴 영화죠. 본 사람이라면 울릴 수 있는 영화 같다. 이 영화를 보신 모든 분이 영화관에 나와서 사랑하는 부모님, 자녀에게 전화를 걸 수 있는 영화가 되면 좋겠어요.”

글 동아닷컴 조유경 기자 polaris27@donga.com
사진 동아닷컴 국경원 기자 onecu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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