곳과 장소를 대체할 ‘공간’이라는 말이 등장한 것도 이 무렵이다. 이른바 서구 용어의 번역어로 근대적 시공간이 탄생한 셈이다.
진고개목도평시계포 광고(‘제국신문’·1902.8.25·사진)는 단지 시계와 자전거를 파는 데 그치지 않고 근대적 시공간을 강조하고 있다. 오른쪽 상단에는 회중시계를, 왼쪽에는 자전거를 배치했다. 카피는 다음과 같다. “각국 시계와 좌죵(묵상 도구로 쓰이는 종)과 각색 자힝거(自行車·자전거)와 부속하는 물건을 허다히 구비하야 헐하게 파오. 또 이번에 쟝석을 더 두고 시계며 자힝거 파샹. 개조도 솜씨잇게 잘 하오.”
시인 이상이 ‘오감도’에서 묘사한 ‘13인의 아해(兒孩)’는 왜 거리를 산보하지 않고 질주했을까. 그 아이들은 혹시 보란 듯이 내달리는 당시의 폭주족이었을까?
우리는 이 광고에서 근대적 시공간이 어떻게 우리 사회에 접목되었는지, 그 수용 과정을 확인할 수 있다. 서구 용어의 번역어인 시공간 개념은 물건(상품)의 사용을 통해 체화되었던 셈이다.
김병희 서원대 광고홍보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