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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폭력 실태 몰라도 된다?… 전북교육청, 보고서 배포 안해

입력 | 2012-04-27 03:00:00

■ 16개 시도중 유일하게 학교별 발송 유보




전북도교육청이 16개 시도 중 유일하게 학교폭력 실태조사의 학교별 보고서를 각 학교로 보내지 않고 있다. 각 학교의 구체적인 폭력 실태가 담겨 있는 보고서가 공개되지 않음에 따라 피해 학생들의 증언이 묻혀버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교육과학기술부와 한국교육개발원은 최근 공개한 학교폭력 실태 전수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1만1363개 학교별로 보고서를 만들었다. 이 보고서에는 어떤 유형의 폭력이 얼마나 발생했는지는 물론이고 학생들이 당하거나 목격한 구체적 폭력 사례도 담겨 있다. 조사 결과에 따라 학교별 맞춤형으로 대처 방안까지 제시했다.

교과부가 각 시도교육청으로 보고서를 보내면 교육청은 이를 인쇄해 학교별로 배부해야 한다. 학생들이 주관식으로 서술한 학교폭력 사례는 보고서 형식으로만 학교에 전달된다. 교과부는 학교가 보고서를 받은 뒤 1주일 내에 주관식 응답을 제외한 정보를 홈페이지에 올리고, 대응방안을 마련해 4주 내에 공개하도록 했다.

그러나 전북 학교들의 경우 도교육청이 보고서를 보내지 않아 교내에서 벌어지는 구체적인 폭력 정보를 알 수 없게 됐다. 전북 도내에서 학교폭력 피해를 봤다고 답한 학생은 759개 학교에서 5747명에 달한다. 적어도 학교 1곳에 평균 7, 8명의 학교폭력 피해자가 있다는 의미다.

이에 대해 도교육청은 “실태조사가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이 있는 데다 학교폭력 정보를 홈페이지에 올리는 것도 학교를 폭력학교로 낙인찍을 수 있어 바람직하지 않다고 판단해 보고서 발송을 유보했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교과부의 학교폭력 대책에 계속 반대 목소리를 내 온 김승환 전북도교육감의 방침에 따른 것이란 분석도 나오고 있다. 그동안 김 교육감은 가해 사실을 학생부에 기록하고, 체육수업을 확대하며 생활지도 담당 교원에게 승진 가산점을 부여하는 안에 모두 반대해 왔다. 최근에는 두발 복장 등을 학칙으로 정할 수 있도록 한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개정에 대해서도 ‘수용 불가’ 입장을 밝히며 정부를 비난하기도 했다.

교과부는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교과부 관계자는 “보고서에는 교사들도 알기 힘든 아이들의 심각한 학교폭력 경험도 다수 적혀 있는데, 이를 교육청이 학교에 알려주지 않겠다는 것은 옳지 않다”고 말했다. 교과부는 도교육청이 계속 보고서 발송을 미룰 경우 한국교육개발원이 직접 각 학교로 보고서를 발송하도록 해서라도 학교들이 폭력 실태를 파악할 수 있게 한다는 방침이다.

남윤서 기자 bar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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