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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OUT]팬 열광에 묻힌 스페인 축구의 재정위기

입력 | 2012-04-27 03:00:00


이원홍 스포츠레저부

겉으로만 보면 스페인 프로축구는 기세등등했다. 바르셀로나(바르사)와 레알 마드리드가 유럽 챔피언스리그 4강에 동반 진출했을 때 결승전에서 ‘엘 클라시코’가 이루어질 것으로 기대하는 이가 많았다. ‘엘 클라시코’는 라이벌인 두 팀의 맞대결을 일컫는 용어. 두 팀의 수준 높은 경기야말로 축구의 고전으로 꼽힐 만하다는 자부심이 배어 있다.

그러나 두 팀의 화려함 뒤에는 스페인 축구의 어두운 그늘이 숨어 있다.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1, 2위를 달리는 레알 마드리드와 바르사이지만 부채 규모에서도 1, 2위를 달리고 있다.

AP와 AFP 등에 따르면 현재 레알 마드리드의 부채는 5억8900만 유로(약 8855억 원), 바르사의 부채는 5억7800만 유로(약 8690억 원)에 이른다. 레알 마드리드의 지난 시즌 수입은 4억7900만 유로(약 7200억 원), 바르사의 수입은 4억5000만 유로(약 6765억 원)였다.

재정적자는 스페인 축구에 만연해 있다. 프리메라리가 20개 팀 중 사라고사 등 6개 팀이 파산 위기에 처해 있다. 이 구단들은 올해 6월까지 부채를 갚아야 하지만 별다른 대책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1부 리그인 프리메라리가 전체 구단의 부채 총액은 35억 유로(약 5조2622억 원)로 추정된다. 2부 리그에서도 많은 팀이 파산 위기에 직면해 있다.

바르셀로나대의 호세 마리아 게이 교수는 AFP와의 인터뷰에서 “축구는 거울과도 같다. 스페인 경제 전반의 문제점을 비추고 있다. 몇 년 동안 구단들은 수입에 아랑곳없이 돈을 쓰며 빚더미에 올랐다”고 말했다.

최근 경제위기를 겪고 있는 스페인은 실업률이 23%까지 치솟았다. 실업자는 500만 명에 이른다.

팬들을 방패로 삼은 구단들의 부도덕한 경영도 도마에 올랐다. 일부 팀은 파산보호 신청을 해 놓고도 비싼 선수를 사느라 돈을 펑펑 썼다. 스페인 정부나 프로연맹이 이 구단들을 제재하려고 하면 팬들이 들고 일어났다.

스페인에서 축구는 ‘축구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고 한다. 고단한 현실을 잊기 위해 축구장으로 몰려든 팬들은 경기장의 흥분과 열광 속에서 어려운 현실로부터 탈출구를 찾으려 했다. 이런 상황에서 섣불리 구단들을 제재하지 못한 것이다.

상황이 악화되자 스페인 정부 등은 올해부터 부채를 줄이지 못한 구단에 대해서는 강등 조치하는 등 강경책을 쓰려고 한다. 하지만 팬들의 강력한 반발이 예상되고 있다.

빛나는 순간이 사라지면서 상대적으로 스페인 축구의 깊은 그늘이 드러나고 있다. 그것은 고통을 마취시키는 흥분과 도취에서 깨어나 가혹하고 냉정한 현실을 직시할 용기를 요구하고 있다.

이원홍 스포츠레저부 bluesk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