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홍 스포츠레저부
그러나 두 팀의 화려함 뒤에는 스페인 축구의 어두운 그늘이 숨어 있다.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1, 2위를 달리는 레알 마드리드와 바르사이지만 부채 규모에서도 1, 2위를 달리고 있다.
AP와 AFP 등에 따르면 현재 레알 마드리드의 부채는 5억8900만 유로(약 8855억 원), 바르사의 부채는 5억7800만 유로(약 8690억 원)에 이른다. 레알 마드리드의 지난 시즌 수입은 4억7900만 유로(약 7200억 원), 바르사의 수입은 4억5000만 유로(약 6765억 원)였다.
바르셀로나대의 호세 마리아 게이 교수는 AFP와의 인터뷰에서 “축구는 거울과도 같다. 스페인 경제 전반의 문제점을 비추고 있다. 몇 년 동안 구단들은 수입에 아랑곳없이 돈을 쓰며 빚더미에 올랐다”고 말했다.
최근 경제위기를 겪고 있는 스페인은 실업률이 23%까지 치솟았다. 실업자는 500만 명에 이른다.
팬들을 방패로 삼은 구단들의 부도덕한 경영도 도마에 올랐다. 일부 팀은 파산보호 신청을 해 놓고도 비싼 선수를 사느라 돈을 펑펑 썼다. 스페인 정부나 프로연맹이 이 구단들을 제재하려고 하면 팬들이 들고 일어났다.
스페인에서 축구는 ‘축구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고 한다. 고단한 현실을 잊기 위해 축구장으로 몰려든 팬들은 경기장의 흥분과 열광 속에서 어려운 현실로부터 탈출구를 찾으려 했다. 이런 상황에서 섣불리 구단들을 제재하지 못한 것이다.
빛나는 순간이 사라지면서 상대적으로 스페인 축구의 깊은 그늘이 드러나고 있다. 그것은 고통을 마취시키는 흥분과 도취에서 깨어나 가혹하고 냉정한 현실을 직시할 용기를 요구하고 있다.
이원홍 스포츠레저부 bluesk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