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장우혁. 국경원 기자 onecut@donga.com
“아침에 일어나면 시간이 아까워 심장이 떨려요.”
1978년생, 한국 나이로 35세. 장우혁은 1세대 아이돌 H.O.T의 멤버로 1996년 데뷔해 어린 나이에 부와 명예를 동시에 거머쥐었다.
가수와 배우, 제작자로서 왕성하게 활동하며 인생 2막을 연 그도 외로움을 느끼는 어쩔 수 없는 남자다. 어느새 혼기 꽉 찬 결혼 적령기를 맞은 인간 장우혁을 만났다.
장우혁은 인터뷰 도중 “외롭다”는 말을 자주 했다.
-결혼할 나이가 됐잖아요.
“아기 분유를 사는 저라니, 상상도 안 돼요. 집에 가면 외롭죠. 5분 정도? (웃음) 집에 가도 할 게 많아요. 밥 해먹고 치우고, 컴퓨터 하고, 노래도 들어야 하고, TV도 봐야하고, 공부도 해야 하고요. 너무 바빠서 외로움을 오래 느낄 틈이 없어요. 잠자는 것도 아까워요. 자다가 놀라서 깨요. 그래서 연애도 못해요.”
-장우혁 씨의 생활 패턴이 스스로를 그렇게 만들었나요? 외로움 느낄 겨를도 없이 바쁜 게 외로움을 달래는 수단이 된 것 같단 생각이 들어요. 비약이 심한가요.
가수 장우혁. 국경원 기자 onecut@donga.com
-설마 이상형이 없지는 않을 거 아닙니까.
“전 솔직한 사람입니다. 배우 한혜진 씨요. SBS ‘힐링캠프’를 봤는데, 상대방이 무슨 말을 했을 때 그 사람이 보이는 반응, 모습, 눈빛이 다 진짜더라고요. 나이를 먹으니까 진심인지 아닌지가 보이는데 모두 진짜더라고요. 하지만 이미 한 남자의 여자이기에…. 팬이 됐어요. (웃음)”
가수 장우혁은 2011년 연예기획사 WH엔터테인먼트를 설립했다. 제작자로서 그는 제대로 된 아이돌 그룹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3월 31일 충북 청주와 4월 21일 광주에서 오디션을 마쳤다. 5월 20일 대만과 중국 등지에서 신인 발굴 오디션을 진행할 예정이다. “앞으로 H.O.T. 같은 그룹이 다시 나올 수 있을까요? 없을 것 같아요. 이를테면 H.O.T.가 ‘오렌지’ 중에 최고라면 ‘사과’ 같은 그룹은 나올 수 있겠죠. 이제 제가 제작자로 나서는데 제대로 된 ‘사과’를 만들고 싶어요.”
제작자가 된 소회랄까. 그는 이제야 스승인 이수만 SM엔터테인먼트 대표를 이해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H.O.T. 활동 당시 그는 ‘전사의 후예’ ‘아이야’ 등 사회적인 문제를 가사로 담아낸 노래를 발표해 큰 반향을 일으켰지만 5년 만에 토니 안, 이재원과 함께 팀 탈퇴를 선언하며 SM과 결별했다. “당시만 해도 이수만 회장님께 서운했지만, 지금은 이해가 가요. 그때는 보이는 것만 봤어요. 하지만 이제는 그 이면을 보게 됐죠. 한 아티스트가 성공하기까지 뒤에서 했던 궂은일과 여러 상황이 있음을 알았고요. 정말 대단하신 분이죠. 저도 이수만 선생님처럼 세계적인 아이돌을 만들고 싶어요. 그래서 어리지만 잠재력이 많은 신인 캐스팅에 중점을 두고 있어요.”장우혁의 한류는 현재진행형이다. 중국에서 연기자로 변신한 그는 상당한 인기를 얻고 있다. 중국의 소후닷컴에서 방영하는 인터넷 드라마 ‘시크릿 엔젤’은 첫 회만 1200만 명이 시청했다. 그의 중국 웨이보(중국판 트위터)에는 1000만 명의 팔로어가 있다. 또 올 하반기 중국 전역에 방영할 예정인 드라마 ‘나의 실억 여자친구’에서는 배우 남규리와 주연으로 출연한다.
-중국에서의 인기 비결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중국 연예계는 그에게 톱스타 대접을 톡톡히 하고 있다. 그가 움직일 때마다 개인 항공기는 물론이고 호텔 전 층을 제공한다. “지난해 ‘시간이 멈춘 날’ 활동을 하면서 WH엔터테인먼트라는 회사를 만들었고, 바로 ‘백 투 더 메모리즈’ 앨범을 냈죠. 그래도 최근에 시작한 연기에 대한 애착이 커요. 어설픈 연기지만 배우 장우혁으로 불리고 싶어요.(웃음)”
가수 준비를 위해 내달리기만 하던 10대, 영광의 20대를 거쳐 그도 이젠 30대 중반이 됐다. 그는 “이제부터 인생을 제대로 시작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어릴 적에는 인기가 많아서 용인되는 것도 있었고 하지 못하는 것도 있었어요. 하지만 지금은 하고 싶은 것을 하고 도전하는 삶에 만족하고 있어요.”
마지막으로 H.O.T.의 재결합 가능성에 대해 물었다.“같은 시기에 활동했던 신화의 복귀에 자극을 받았어요. H.O.T. 멤버들과 통화를 했는데 모두 긍정적으로 생각하더라고요. 현실적인 문제는 남아 있지만 H.O.T.로 다시 무대에 서고 싶어요. 팬들도 이제 결혼하고 엄마가 됐어요. 예전만큼 소리 질러 주시는 분은 줄었지만, 마음은 늘 그대로라고 느낍니다. 사랑합니다.”
동아닷컴 박영욱 기자 pyw06@donga.com
동아닷컴 오세훈 기자 ohhoony@donga.com
사진 |동아닷컴 국경원 기자 onecut@donga.com
※ 오·감·만·족 O₂플러스는 동아일보가 만드는 대중문화 전문 웹진입니다. 동아닷컴에서 만나는 오·감·만·족 O₂플러스!(news.donga.com/O2) 스마트폰 앱으로도 만나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