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요현상은 왜 피하기 어렵나
의료사업을 하는 입장에서 비만은 이상적인 질병이다. 평생 시달리면서도 금방 죽지는 않으니 환자가 줄어들 염려가 없다. 게다가 환자들의 치료 욕구가 무척이나 크다. 시장규모가 날로 커가는 사업 아이템인 셈이다. 그런데 의문이 든다. 살은 빼는 것은 실제로 얼마나 가능할까.
○ 다이어트는 쓸모가 없다?
한 소녀만의 사례가 아니라 통계적으로도 그렇다. 1999년 핀란드에서 4193명의 남자와 3536명의 여자를 대상으로 연구를 실시했다. 그 결과 15년 동안 주기적인 다이어트를 한 사람들이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오히려 체중이 더 많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비만율이 가장 높은 미국은 어떨까. 미국의 비만 인구는 1960년대에 이미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 미국 정부는 1980년대에 ‘비만과의 전쟁’을 선포했다. ‘영양성분 표시제’를 실시하고 야채샐러드 등 균형 잡히고 칼로리를 낮춘 식단을 추천했으며, 대규모 다이어트 집단 실험을 실시하는 등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했다. 이후 30년이 지났다. 지금쯤이면 충분히 효과가 나올 만한 시기다. 비만율의 증가가 멈추거나 감소했을까. 결코 아니다. 80년대 당시에만 주춤했던 비만율은 정부의 대대적인 다이어트 정책 이후 오히려 더 높아졌다. 현재는 30년 전의 2배로 늘었고, 증가 추세는 언제 멈출지 모르는 형편이 됐다.
이것이 세계 최정상의 과학기술을 가진 미국이 모든 노력을 총동원한 결과다. 다이어트 환경은 갈수록 더 좋아진다. 1993년 2300만 명이 헬스클럽에 등록했는데, 지금은 4500만 명이 넘는 사람이 헬스클럽에 간다. 그런데 다이어트를 할수록 비만율이 더 높아지는 역설. 도대체 이유가 뭘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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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부분 다이어트의 끝은 요요다
동아일보DB
요요현상이란 다이어트로 체중이 줄었다가 원래 상태로 복귀하거나 그 이상으로 증가하는 것을 말한다. 일정기간 밥을 먹지 않으면 물론 체중이 준다. 그런데 체내 근육량이 함께 감소해 기초대사량이 낮아진다. 이 상태에서 다이어트를 중단하고 평소의 식사량으로 돌아가면 에너지가 남게 된다. 100을 먹고 100만큼 쓰던 사람이 다이어트를 하면 80을 먹고 80만큼 쓰는 상태가 된다. 여기서 다시 100을 먹게 되면 80만 쓰고 20이 남는다.
게다가 체내 지방세포의 수는 다이어트를 한다고 해서 줄지 않는다. 단지 바람 빠진 공처럼 수축했다가 언제든지 이전 상태로 돌아갈 준비가 돼 있다. 다이어트 실패가 반복될수록 점점 근육은 줄고 체지방이 많아지는 이유다. 때문에 다이어트를 하면 할수록 체중감량은 쉽지 않고, 원래의 체중(또는 그 이상)으로 돌아가는 기간은 점점 짧아진다.
다이어트에 수반되는 스트레스도 요요를 부추긴다. 미국 펜실베이니아대의 트레이시 베일 교수(정신의학)는 쥐에게 기존 식사량의 75%만 제공해 체중을 10∼15% 줄였다. 연구팀은 쥐들을 다시 원래 몸무게로 살찌운 뒤 스트레스에 노출시켰다. 이때 다이어트를 했던 쥐들은 그렇지 않은 쥐들에 비해 혈액 내 ‘코르티코스테론’ 농도(이것이 높을수록 스트레스 지수가 높다)가 더 높았고, 음식이 앞에 있으면 참지 못하고 폭식하는 경향을 보였다. 베일 교수는 “다이어트를 경험한 쥐는 스트레스에 더 민감하고 고칼로리 음식에 식욕이 왕성해지도록 유전자가 변화했다”며 “다이어트로 인한 ‘후생유전학 효과’(유전자의 염기서열은 변하지 않고 기능이 바뀌는 것)를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다이어트 때 받은 스트레스가 결국 ‘요요’라는 부메랑이 돼 돌아온다는 것이다.
※ 최낙언(47)은 서울대와 동 대학원에서 식품공학을 전공한 뒤 과자회사에서 10여 년간 아이스크림을 개발했다. 지금의 향료회사로 직장을 옮긴 뒤에도 10년 이상 다양한 신제품을 먹어보고 공부했다. 4년 전 식품과 첨가물을 다룬 한 TV 프로그램을 보고는 전체를 포괄하지 않는 단편적 정보와 지식이 얼마나 무서운 오해와 편견을 초래할 수 있는지 깨달았다. ‘관계형 데이터 제공 방법’(2011년 국내특허 취득)을 활용한 식품 정보 사이트(www.seehint.com)를 만들었고, 그것을 기반으로 최근 ‘불량지식이 내 몸을 망친다’(지호)를 펴냈다.
최낙언 향료 연구가 dbclean@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