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 과연 진정한 지식인가/요아힘 모르 외 지음·박미화 옮김224쪽·1만3500원·더숲
르네상스 시대의 대표적인 인문학자 에라스뮈스 초상화에 책 대신 태블릿PC를 합성한 이미지. 더숲 제공
이 책에서는 독일의 시사주간지 슈피겔의 전문가 16인이 이 시대의 진정한 지식과 교양의 의미가 무엇인가를 묻는다. 저널리스트들의 취재와 분석을 바탕으로 한 글인 만큼 지식이라는 묵직한 주제를 다루면서도 깊이와 대중성을 함께 담아냈다. 지식세계를 이끌어 온 학자와 각국의 도서관과 박물관에 대한 꼼꼼한 각주도 읽는 재미를 더한다.
움베르토 에코는 “인터넷 시대에는 ‘적은 지식’으로 감동시키는 일이 더욱 쉬워졌다”고 지적한다. 예전에는 인류 모두에게 통용되는 보편적 지식과 교양을 추구했다면, 현재의 지식은 자기만족을 위한 개별지식으로 대체되는 형국이다. 지식이 극단적으로 세분함에 따라, 지식은 열정을 더는 불러일으키지 못한다. 독일의 뉴스 시청자 10명 중 9명이 뉴스의 내용을 이해하지 못한다는 조사 결과는 충격적이다.
구글은 사람들이 정보를 소화하는 방법까지 크게 변화시켰다고 저자들은 분석한다. 구글은 검색 결과의 상위에 ‘다른 페이지로 연결된 링크가 많은 정보’를 보여줌으로써 원하는 문서를 이용자가 찾아낼 수 있게 했다. 그러나 그 결과 구글은 가장 많은 사람이 검색한 대중적인 답을 추천한다. 중요하지만 새로운 것, 낯선 것, 정도에서 벗어난 것은 ‘오류’로 간주한다. 이 때문에 클릭 수가 적은 창의적 지식들은 빛도 못보고 ‘디지털 세계의 묘지’로 사라질 위험이 커졌다.
그는 인터넷이 ‘지식의 민주화’를 가져왔다는 공로에 대해서도 “허위 개념일 뿐”이라고 일침을 날린다. “오늘날 지식의 생산자는 다른 사람의 참여를 허락하지 않는다. 지식은 이익을 창출하는 자본이며, 자본은 보편성을 가질 수 없다.”
그러나 이 책은 단지 인터넷 지식과의 전쟁선포에 그치지 않는다. 새로운 것을 배울 때 두뇌에서는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감성지능을 습득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설명하고, 후반부에서는 정치, 역사, 자연과학, 경제, 문화, 상식 분야에서 미래를 극복하는 데 어떤 기초적인 지식이 필요한지 각계 전문가들이 소개한다. 트위터 등 SNS를 통해 확산되는 정보와 지식의 메커니즘에 대한 분석을 포함시키지 않은 점은 아쉽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