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미옥 기자 salt@donga.com
24일 경기 김포의 미래사목연구소에서 만난 차동엽 신부(54·미래사목연구소장·사진)는 작가와 강연자로도 알려졌다. 그가 쓴 자기계발서 ‘무지개 원리’(국일미디어)는 2007년 출간돼 140만 부가 넘게 팔렸고 새 책 ‘잊혀진 질문’(명진출판)도 10만 부 이상 나갔다. 두 책 모두 천주교 신앙에 기반을 두고 있지만 비종교인이라도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인간사, 세상사를 이야기한다. 인간 세상과 떨어져 종교를 생각할 수 없다고 믿기 때문이다.
차 신부가 천주교 사제가 된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가난한 집의 수재였던 그는 단지 ‘졸업 후 돈을 많이 벌 수 있다’는 이유로 서울대 공대에 진학했다. 하지만 스무 살 청년의 마음을 흔든 건 사회학과 철학이었다. 민주화 열풍이 거세게 불던 1980년대 초 그는 ‘이 사회를 위해 인간 차동엽이 무엇을 해야 할지’를 고민했고, ‘천주교 사제가 되면 할 수 있는 일이 많겠다’고 믿었다. 김수환 추기경처럼.
“대학생 때 한 번 읽고 군대에 가 정독을 했어요. 동양의 유교와 불교, 도교를 가톨릭이라는 그릇 안에서 융합한 책이지요. 그렇다고 독자에게 가톨릭을 강요하지 않아요. 그냥 동서양의 철학이 어떻게 맞물리는지, 그 안의 진리가 무엇인지 알려주죠. 하지만 저는 ‘멋지다. (가톨릭이라는) 이 세계에 내가 올인해도 아깝지 않겠구나’라고 느꼈죠. 요즘 젊은이들도 꼭 한번 읽었으면 좋겠어요.”
차 신부가 고른 또 다른 책은 신사임당의 인생을 그린 소설 ‘대한민국 여성 NO.1 신사임당’(위즈앤비즈).
“신사임당은 현모양처의 대명사로 불리지만 그렇지 않아요. 이를 뛰어넘죠. 남편을 뒷바라지하기보단 이끌었고, 자아실현에도 적극적이었어요. 또 자식이 자신의 중심을 잡고 세상을 바라볼 수 있도록 가르쳤죠. 이 소설은 신사임당의 가치를 재정립하자는 취지로 쓰여졌어요. 저는 신사임당이 21세기 이상적인 여성상으로도 손색이 없다고 봐요.”
차 신부의 책을 보면 종교나 문학책은 물론이고 신문 기사와 각종 보고서까지 다양한 분야의 글이 인용돼 있다. 다독이 있었기에 다작도 가능했던 것일까. “사실 요새 정독을 많이 못해요. 눈이 침침해져서요(웃음). 젊은이들에게 ‘좋은 책, 나쁜 책 가리지 말고 잡독(雜讀)하라’ ‘마음이 끌리는 대로 무조건 많이 읽어라’고 조언하고 싶어요. 그러면 어느 순간 인문학의 개념이 잡히고, 이후엔 어떤 책을 읽더라도 빠른 시간에 내용을 잘 파악할 수 있죠. 잡독과 다독이야말로 젊음의 특권 아닌가요.”
◇동서의 피안/우징숑 지음/가톨릭출판사
중국 법리학자가 쓴 신앙 고백서. 유교 불교 도교 기독교 이슬람교 등 동서양의 종교와 철학을 비교 분석해 이를 기독교 신앙으로 종합해낸다.
◇대한민국 여성 NO. 1 신사임당/안영 지음/위즈앤비즈
신사임당을 가부장적인 조선 사회에 순응한 여성이 아니라 시대의 강요에 굴하지 않고 진취적으로 자신의 삶을 개척한 인물로 해석한 역사소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