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파이시티 인허가 특혜 의혹서울시, 도계위원 반대에도 업무시설 20%까지 허가
썰렁한 파이시티 본사 정권 실세의 금품 수수 의혹의 출발점인 서울 서초구 서초동 파이시티 본사 사무실이 27일 오후 복합물류단지인 파이시티 조감도만 덩그러니 남은 채 썰렁하게 비어 있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 도계위 거치면서 ‘황금알’ 사업으로
도계위는 서울시장이 결정하는 도시계획을 심의, 자문한다. 행정2부시장 도시계획국장을 비롯해 서울시의원과 민간 전문가 등 30명으로 구성된다. 파이시티와 관련한 도계위는 2005년 11월 24일 처음 열렸다. 도계위는 화물터미널인 파이시티에 상업시설을 허가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이날 회의록을 보면 “경부고속도로 옆이라 교통난 가중이 우려된다”며 몇몇 위원이 반발했지만 시 관계자는 “상업시설로 변경하는 것은 경미한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2008년 시 도계위는 화물터미널에 오피스텔 같은 업무시설을 20%까지 허가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관련법에 업무시설 비율이 규정돼 있지 않은데 당초 6.3%에서 3배 이상으로 늘어난 것에 대해 위원들이 의문을 제기했다. 이날 회의에 참석했던 박래학 시의원(민주통합당)은 “위원으로 처음 참석한 회의라 생생히 기억한다. 과도한 업무시설 허가와 교통혼잡 문제를 두고 2시간가량 격론이 오갔다”고 말했다.
○ 서울시 정무라인 관여 여부가 쟁점
2005년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이 서울시 정무국장을 지냈다는 점에서 실무 공무원이 정무라인을 통해 언질을 받았을 가능성은 남아 있다. 하지만 이정배 전 파이시티 대표는 검찰에서 “애초 5만4450m²(약 1만6500평)를 3.3m²당 900만 원에 매입해 사업을 추진하려다 인근 4만4550m²(약 1만3500평)를 추가로 매입하라는 서울시 요구를 받아들이느라 3000억 원 정도를 더 쓰는 등 오히려 불이익을 받았을 뿐 특혜는 없었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전현직 시 공무원들도 로비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2005년 당시 서울시 행정2부시장이던 장석효 한국도로공사 사장은 “박영준 전 차관과 ‘파이시티’에 대해 이야기한 적이 없다. 이정배라는 이름은 들어본 적도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공무원들은 특혜 논란을 어느 정도 의식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최창식 중구청장은 “법령상 문제가 없다고 봤지만 개발사업의 특성상 특혜 시비가 불거질 수 있었기 때문에 실무진끼리 여러 차례 회의를 했다”며 “진행 여부가 결정난 만큼 개발이익을 최대한 환수하는 방식으로 도계위에서 논의했다”고 말했다.
강경석 기자 coolup@donga.com
[바로잡습니다]
◇28일자 A6면 ‘서울시, 도계위원 반대에도 업무시설 20%까지 허가’ 기사에서 ‘박학래’ 시의원은 ‘박래학’ 시의원의 오기입니다. 사과드립니다.